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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한방으로 보는 설 음주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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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주불온(歲酒不溫)'.

설날에 마시는 술은 데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다가올 봄에 맑은 정신으로 일하기 위해 설날엔 술을 차게 해 마셨다. 문제는 찬 술은 데운 술보다 쓴 맛이 적어 자칫 과음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는 데워 마시는 것이 건강에는 좋다. 그러면 입에서부터 알코올이 분해되므로 술이 쓰게 느껴져 덜 마시게 된다. 설날에 모처럼 만난 친척.친구들과 적당히 한잔 하면서도 몸도 축내지 않는 음주법을 한방의 관점에서 알아본다.


◆ 떡국으로 배를 먼저 채운다=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이장훈 교수는 "공복에 양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피해야 한다"며 "배고픈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위에서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돼 빨리 취하고 속도 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운동 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듯, 술을 마실 때도 먼저 신호를 보내 위가 준비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위에 보호막이 생겨 위가 덜 상하고 덜 취하게 된다.

따라서 술 마시기 한두 시간 전에 차례상에 올려 놓았던 떡국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좋다. 떡국은 위벽을 보호해준다. 또 떡국에 든 탄수화물이 포만감을 줘 음주량이 줄어든다.

반면 갈비.산적.잡채 같은 기름진 음식은 술마시기 전에 먹는 음식이나 안줏감으로 부적당하다. 기름진 음식이 술안주로 좋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음식들은 열(熱)과 단(甘) 성질을 갖고 있는데 술의 성질도 뜨겁고(熱)하 독(毒)하다. 이들은 술의 성질을 순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증강시켜 소화에 부담을 준다.

◆ 조율이시(棗栗梨枾)와 나물=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율이시(대추.밤.배.감)는 안주로도 그만이다.

다사랑중앙한방병원 심재종 원장은 "대추.밤.배.감은 각종 장기의 기능을 보강하고 알코올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술안주로 최고"라고 말했다. 특히 감의 타닌 성분은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켜 주며, 위장 속의 열독(熱毒)을 제거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소변을 순조롭게 해 술을 빨리 깨게 하는 효능도 있다. 그러나 홍시는 위통을 일으킬 수 있고 술에 더 취하게 하므로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심 원장은 조언한다.

차례상의 삼색나물도 훌륭한 술 안줏감이다. 버섯.생선.두부도 속을 편하게 해주는 안주로 꼽힌다.

◆ 약식과 동치미로 혈당 보충=술을 마시면 혈당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몸은 '혈당을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것이 바로 허기다. 이때 간단하게 약식과 함께 시원한 동치미를 마시면 허기가 사라지고 갈증도 해소된다.

동치미의 무엔 비타민 A.B.C와 칼슘이 풍부하다. 또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들어있어 소화를 돕는다. 따라서 약식과 동치미, 떡과 동치미는 환상의 궁합이다. 음주 뒤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속이 거북하면 식혜나 수정과가 권할 만하다. 음주로 부족해진 수분.당분.전해질을 모두 보충할 수 있으며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분당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은 "녹두는 술독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며 "특히 녹두죽은 소주의 독을 푸는 데는 최고"라고 설명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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