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캄보디아 타프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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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사원에 나무의 뿌리가 돌 틈으로 파고들어 자라면서 틈새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 뿌리가 썩어 공간이 되면 건물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타프럼’입니다. 크메르 왕조의 가장 걸출한 왕인 쟈야바르만 7세(1125~1218)가 1186년 어머니를 위해 지은 불교 사원입니다. 승려와 종사자 5500여 명이 살았던 크고 화려한 사원이었답니다.

종이에 먹펜, 41X58cm, 2010

그러나 800년이 넘는 세월에 자이언트팜나무 뿌리가 문어발처럼 건물을 감싸고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마치 마법에 걸린 사원처럼 보입니다. 무너진 석재들이 무더기로 쌓여 발길을 가로 막습니다. 회랑 벽과 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여 겁이 납니다. 폐허의 아름다움은 공포가 있어야 제 맛이 납니다. 타프럼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시려면 아침 일찍 가세요. 앤절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툼 레이더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연재가 10년째입니다. 2001년 2월 16일부터 시작하여 다섯 차례에 걸쳐 2~3주 간격으로 120회가 연재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펜화도 많이 변했습니다. 꾸준히 보살펴 준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타프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를 e-메일을 보내 주세요. 30여 장의 사진과 설명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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