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기술연구회, 취업 위탁교육 현장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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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 루에 위치한 IT 기업 위프로(WIPRO)의 ODC에서는 현재 12개 팀 68명의한국인 연수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ODC 2층 연구실에서 연수생이 현지 직원의 지도를 받고 있다. [임현욱 기자]

8월 20일 오후 3시(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IT기업 위프로(WIPRO)의 ODC(Offshore Developement Center) 2층 사무실. 취업 연수생 이상엽(28)씨는 건물 1층에 설치된 CCTV 화면과 연결된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에는 카메라에 잡힌 사람마다 한 장소에 머문 시간이 표시됐다. CCTV에 찍힌 사람 중 자동으로 위험 인물을 찾는 프로그램을 6개월째 개발 중인 이씨와 6명의 팀원은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가상의 라인을 만들어 그 선을 넘어오는 사람을 위험 인물로 판단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무실에는 이씨가 속한 ‘비디오 아날리틱스’팀 외에도 클라우딩 컴퓨터팀·안드로이드 모바일팀 등 총 12개 팀 68명의 한국인 연수생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올해 1월 기초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IT 소프트웨어 취업 연수생으로 마이크로소프트·IBM 같은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가 모여 있는 인도 벵갈루루로 왔다.

기초기술연구회는 13개 기초과학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지난해부터 37억원을 들여 국내 이공계 졸업생 중 미취업자들에게 인도 IT 취업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류전형과 필기, 면접을 통과한 1기 72명의 연수생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직원 10만 명, 연매출 8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위프로에서 위탁교육을 받았다. 현재 2기 인턴 68명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연수를 받고 있다. 1기 연수가 끝난 뒤 72명 중 35명(국내 21명, 인도 현지 1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했다면 보여주기 위한 공부만 했을 텐데 인도에서 보낸 시간은 진짜 공부를 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2기 연수생 지선영(25)씨는 영어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연수생들은 매일 영어로 발표를 하고 리포트를 써야 한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지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전공한 생명과학과 인도에서 배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결합한 일을 할 계획이다. 그는 “여기는 강의만 듣는 교육을 하지 않아요. 처음 두 달은 기본교육을 받고 곧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돼요. 현장에서 부닥치며 진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거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정보시스템부서에 근무하는 1기 연수생 윤성진(33)씨는 지난해 12월 연수가 끝나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아내와 인도로 돌아왔다. “저한테 인도는 기회의 땅이에요. 전 세계 IT업계를 주무르는 실력자들을 보세요. 대부분 인도 사람이에요. 여기에 제 젊음을 투자해 누구보다 인도를 잘 아는 글로벌한 IT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시 돌아왔어요.” 윤씨에게 8개월이란 연수기간이 전문가가 되기엔 짧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물론 영어도, 컴퓨터도, 인도 전문가가 되기에도 8개월은 충분한 시간은 아니에요. 영어나 컴퓨터 기술을 배우려면 우리나라가 더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과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들을 경험할 순 없죠. 세계적인 IT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그것만 몸에 익혀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인도 벵갈루루=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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