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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 목말라하던 케이블TV, 깜짝 놀랄 두 자릿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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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魔)의 1%’를 부르짖던 케이블TV가 시청률 두 자릿수 시대를 맞았다. 3일 방송된 채널 Mnet의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7회가 9.915%(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한 것이다. 동시간대 같은 프로를 방영한 KM채널과 합산하면 10.128%에 이른다.

지난해 최종회(12회 8.47%)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생방송 본선 시청률이 훨씬 뛰는 걸 감안하면 15%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 20년사의 새로운 이정표다.

◆시청자 참여로 시청률 경신=기록 경신은 시작부터 예견돼 왔다. 참가자 수가 134만 명으로 지난해(72만 명)를 훨씬 웃돌고 제작 규모 자체가 두 배로 커졌다. 1회가 4.2%로 지난해 4회 만에 달성한 4%대에서 가뿐히 출발했다.

Mnet 채널 ‘슈퍼스타K’ 시즌2가 방송 7회 만에 10%대 시청률로 화제몰이 중이다. 케이블TV의 전문성을 살린 시청자 참여형 콘텐트로 승부한 결과다. 4차 예선 격인 ‘슈퍼위크’에 진출한 참여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Mnet 제공]

지난 시즌 성공에 힘입어 방송 분량(회당 60분 → 80분, 총 12회 → 14회)도 늘렸다. 그러면서 참가자의 스토리텔링도 다양화할 여지가 생겼다. 6회에 걸쳐 보여준 지역예선은 SBS 기인열전인 ‘스타킹’을 방불케 했다. 151개 팀으로 추려진 ‘슈퍼위크’부터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실력과 개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철·박진영 등 심사위원단 4인의 매서운 심사평과 일부 참가자의 집요한 승부욕은 찬반 논란 속에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일반인 참여 오디션인 ‘슈퍼스타K’는 우승자도 이들의 선택에 따른다. 17일 시작되는 ‘톱10’의 생방송 본선은 시청자 참여가 결정적이다. Mnet은 올해 인터넷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실시간 투표를 받기로 하고, 10일 투표 기능을 추가한 어플리케이션(앱)을 공개한다. 생산자와 수용자 간의 경계를 허무는 ‘인터랙티브 TV’ 시대와 맞아떨어진다.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을 통한 다시 보기는 이미 지난해 2배 규모다. 서바이벌 명단을 공유하는 메시지가 공식 트위터(@mnetkr)를 중심으로 실시간 리트윗된다.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지상파 프로그램에 패러디 코너(KBS ‘개그콘서트’의 슈퍼스타KBS)가 생기기까지 했다.

◆케이블 브랜드 신뢰 높아져=‘슈퍼스타K’의 두 자릿수 시청률은 음악전문채널로서 지상파와 차별화된 콘텐트로 승부한 결과다. 케이블 프로그램이 재핑(zapping,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려보는 행위)이 아니라 ‘본방사수’의 대상으로 격상한 것이다.

자체 제작물에 대한 신뢰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된다. 4일 첫 방송한 MBC 드라마넷 ‘별순검’ 시즌3는 첫 방송 시청률이 시즌1·2 때보다 높은 1.7%였다. 이어 방송된 2회는 1.9%로 더 높아져 퓨전수사극 장르를 앞서 온 ‘별순검’ 파워를 반영했다. tvN ‘러브스위치’ ‘화성인 바이러스’ ‘롤러코스터’ 등도 2~4%대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첫 해 1%의 벽을 깬 데 이어 시즌7까지 장수하면서 3%대를 달린다.

지상파 재방송이 상위권을 싹쓸이해온 케이블 시청률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주 30위권에는 ‘슈퍼스타K’ 본방송과 재방송, ‘러브스위치’ 등 6개가 포함됐다.

시청률 증가에 따른 책임감 요구 목소리도 높아진다. ‘슈퍼스타K’의 경우 흥미 위주의 ‘낚시성 예고편’이 시청자의 질타를 사기도 했다. 지상파에 준하는 엄격함이다.

Mnet 박광원 대표는 “시청자는 이제 플랫폼(채널)이 어디냐가 아니라 콘텐트가 무엇이냐를 따지고 있다”며 “20~30대를 틈새 타깃으로 했던 케이블 프로그램이 인터넷·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와 만나 보편적인 세대공감형 콘텐트로 수용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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