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들 뜨거운 ‘야구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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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태풍 ‘말로’가 스쳐간 7일 오후 6시30분 롯데자이언츠와 넥센히어로즈의 야구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

가족과 함께 온 전승호(40·부산시 사상구 학장동)씨는 “야구를 즐기면서 불우 이웃을 도우려고 총 출동했다”며 웃었다. 전씨는 롯데백화점이 관중 수 만큼 ‘사랑의 연탄’을 이대호 선수에게 기증하는 것을 알고 한 장이라도 더 기부하려고 가족을 모두 데리고 나온 것이다. 이 선수는 롯데백화점이 지원해주는 연탄과 자신이 내놓은 기부금을 모아 연말에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사직구장 관중수 2만여명에 맞춰 연탄 2만장을 이 선수에게 전달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홈 경기를 ‘이대호 DAY’로 이름지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선수에게 세계신기록 달성 격려금 1000만원을 전달했고, 롯데자이언츠 장병수 대표이사는 30냥짜리 황금배트(6000만원 짜리)도 전달했다. ‘구도’(球都)인 부산에서 기업체들이 활발한 야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 선수가 홈경기에서 홈런을 친 다음날 4개 점(부산본점·광복점·동래점·센텀시티점)에서 야구관람권을 갖고 오는 고객에게 삼겹살을 50% 할인판매한다. 다음 홈경기 입장관중에게는 추첨을 통해 치킨세트도 100개 선물한다.

부산은행은 롯데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후원금(러브 포인트)을 내놓고 있다.

롯데가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1게임당 50만원, 선수별로 성적에 따라 50만원(조정훈 투수 1승당)∼20만원(이대호 홈런 1개당, 홍성흔 2루타 당)을 적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3000만원을 모았다. 시즌 끝날때 까지 모은 적립금을 연말에 부산지역 복지시설 8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은행은 롯데의 성적에 따라 사은금리를 지불하는 ‘가을야구 정기예금’상품을 출시했다. 이달 말까지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목표 판매액 2000억원을 달성하는 바람에 최근 마감할 정도로 인기다. 이 정기예금은 롯데가 우승하면 0.2% 포인트 추가금리를 주고,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는 10%의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한다. 부산은행은 이 상품에 7억7000만원의 이자를 더 지불해야 하지만 야구팬들의 성원을 이끌어 내 야구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롯데 강민호 선수의 육성으로 도시철도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야구팬들이 많이 오가는 3호선 사직역과 종합운동장역에서다. 1일 ‘도시철도의 날’에는 사직야구장 관중들을 추첨으로 뽑아 한달 치 정기승차권 20장을 선물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박철우 영남지역장은 “야구 마케팅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경기흥행을 살리면서 기업홍보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며 “앞으로 더 많은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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