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학력신장 방안' 전망] 서술형 평가가 내신·대입 좌우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학력신장 방안'은 서술.논술형 평가가 서울시내 중.고교생의 내신성적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8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새 대입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고1신입생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새 대입제도는 수능등급제의 도입으로 수능 영향력이 대폭 줄어드는 반면 내신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서술.논술형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학생이 내신 성적을 잘 받아 대입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신뢰도 확보가 과제=교육청은 서술.논술형 평가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학의 교육과정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당수 교육 전문가들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평가형태를 도입한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서술.논술형 평가가 내신성적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교사의 주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일선 학교에서 내신 부풀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객관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채점 결과를 즉시 공개하고 이의신청 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채점이나 평가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면 학교별 성적관리위원회에서 관련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태중(교육학) 중앙대 교수는 "2008학년도부터는 내신이 상대평가로 바뀌고 대입의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누구나 내신에 예민해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재량권이 커지는 서술.논술형 시험의 출제나 채점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 교사 반발.논술학원 성행 전망=서술.논술형 평가가 국어.영어 등 5과목에 한해 시행되는 것은 채점 등에 따르는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들 과목의 경우 담당 교사가 많아 그나마 서술.논술형 문항에 대한 채점이 다른 과목에 비해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담당하는 학생만 150명인데 글을 읽고 일일이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술.논술형 평가가 중요해지면서 논술학원 등을 찾는 학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이모(45.여)씨는 "달라진 제도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 지방에선=아직까지 내신에서 서술.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곳은 없다. 다만 제주지역에서는 이미 학력 신장을 위해'제 학년 제 학력 갖추기'란 이름으로 연 2회 자체 평가고사(초등 2~고 1 대상)를 치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이 학력 신장 방안 등 모든 분야에서 독불장군식으로 치고 나가면 지방 교육청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광주=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