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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권역별 종합관광센터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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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한해 내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관광객도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3만명의 국민이 해외로 나가고 2만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계산이다. 바야흐로 대중관광(Mass Tourism)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본격적인 주 5일제 시행에 따라 국내를 여행하는 관광객 수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연 4~5% 전제)을 감안할 경우 국내 관광수요는 연평균 7% 증가해 2007년에는 4억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을 맞이할 관광환경, 즉 인프라의 개선 및 정비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객들이 편하고 값싸게 잠잘 곳, 저렴하고 깨끗한 식당, 자가운전자들을 위한 편리한 안내표지판, 내.외국인 개별 또는 단체관광객을 위한 관광안내사 등 미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저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원이나 노하우 면에서 아직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천편일률적인 축제나 이벤트성 행사 개최, 지역의 특성이 살아있지 않은 관광기념품 등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이 별로 없다. 매년 전 국민의 5분의 1이 해외여행을 하고 나면 그들의 요구조건은 점점 더 고급화되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전 세계의 명승지나 특색있는 곳을 찾고 가격에 특히 민감한 외국관광객들에게는 더욱 어렵다.

요즈음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우리에겐 두번 다시 찾아오기 힘든 좋은 기회다.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고 대중문화 일색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까지 거둬들인 홍보효과만 해도 우리나라 문화와 국가이미지 홍보를 10~20년 앞당긴 것으로 생각된다. 드라마 한편이 수조원의 외화수입을 가져다 주듯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한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 여타 산업분야보다 경제승수 효과가 높다. 오죽하면 관광으로 먹고사는 태국이 쓰나미 경보까지 제때 발표하지 못했을까.

그러면 무엇이 이러한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욕구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일까? 여러 가지 처방과 대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권역별 '종합관광센터' 건립을 제안한다. 종합관광센터의 개념은 관광객에게 관광지의 정보를 안내하고 간단한 예약 등 편의를 제공하는 현재까지의 단편적.소극적 관광서비스에서 복합적.적극적 관광종합서비스 제공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종합관광센터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각종 관광관련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객 센터 (Visitor center) 기능은 물론 지역의 문화예술 공연장 역할, 지역 대표 관광 기념품 및 토산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곳, 지역 문화, 관광관련 단체의 집적 사무 및 교육훈련센터(지자체 관광담당 공무원이나 문화유산 해설사들의 교육 등), 지역주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그 자체가 지역 관광명소(Land mark)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방의 유명 관광지 인근이나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이러한 센터를 건립해 주변 지자체들이 공동 운영한다면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센터는 지역 유수 기업의 협찬으로 건립해 기업홍보관을 겸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살려 가상체험관(Virtual reality)을 만들어 시간에 쫓기거나 노약자.장애인들에게 인근의 관광명소를 방문한 것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역사문화유산과 환경.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되고 내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체험의 장,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한국의 매력을 한 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 센터가 명실상부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느 외국에서는 성당 하나를 짓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여행 수요에도 대처해야 되지만 10년, 50년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는 안목으로 관광환경 개선과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올해 초 수도권.호남.충청.영남.제주권 등 5개 권역별 지역협력단을 발족시켜 파견 준비 중이다. 지역별로 지자체 및 현지 업계와 긴밀한 협력활동을 통해 거점별로 훌륭한 종합관광센터를 건립해 나가도록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강광호 한국관광공사 국내진흥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