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내분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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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일동포 주주들, 지금 난리입니다.”

양용웅(62·사진)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 회장은 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하고 일본 내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소 이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3일 원로급 주주 9명이 신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데 이어, 6일엔 오사카 지역 주주 10여 명이 또다시 모임을 열었다. 성명서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 사장을 해임하는 건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용웅 본국투자협회장(左), 이백순 신한은행장(右)

양 회장은 재일동포 주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본국투자협회는 재일동포가 국내에 설립한 기업들의 모임으로, 신한금융지주가 주요 회원사다. 협회 사무실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 있다.

양 회장 본인도 신한금융과 인연이 깊다. 2001~2003년과 2004~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냈다. 주식 10만 주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2008년 7월 기준). 그가 전한 재일동포 주주들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했다.

◆절차에 불만=양 회장은 일본 내 주주들이 이번 사태로 크게 화가 나 있다고 전했다. “내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검찰 고소를 발표해 신한의 신뢰도가 실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원로 주주는 3일 오사카에 찾아온 이백순 행장에게 “(신 사장이)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하는 대출금액(950억원)은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이 줄어든 것(2일 하루 1조800억원)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따졌다고 한다. 내부에서 해결할 일을 밖에 알려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주주들과 상의 없이 신 사장을 해임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양 회장은 “일단 검사(검찰 수사)를 받아봐야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이사회에서 신 사장을 해임하는 건 부당하다는 성명서에 원로 주주 9명이 직접 서명했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도 3일 별도의 모임을 열고 같은 내용의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신 사장 본인이 이사회 멤버여서 조사 내용을 미리 이사들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주주들에게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재일동포 주주들이 놀라고 서운해 했지만 신속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 주주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경영진 책임론 부상=양 회장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책임론도 언급했다. 그는 “재일동포 주주들은 차명(계좌) 문제로 라 회장이 (신 사장에 대해) 의심을 품은 게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사장이 차명계좌 건을 정치권에 흘렸다’는 소문을 가지고 라 회장이 신 사장을 의심한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는 해석이다.

또 “현상만 보면 (사태를) 밖에 노출시킨 이 행장 책임이다. 그런데 사태 원인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있으니, 책임이 가장 큰 건 라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재일동포 주주가 전통적으로 라 회장 지지세력이었음을 감안하면 심상찮은 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일동포 주주의 지분율은 17% 정도지만, 신한은행의 창립 주체라는 점에서 신한금융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지만 신한금융 측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입장이 아직 하나로 모아지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사카 지역은 오사카지점장 출신인 신 사장에게 우호적이지만 재일동포 전체로는 여전히 라 회장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6일 도쿄에 사는 사외이사와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자문료 횡령 주장 엇갈려=신한은행이 제기한 신 사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양 회장은 다른 주장을 했다. 신 사장은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가야 할 고문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 회장은 “횡령 문제는 명예회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횡령은 사실이 아니고, 명예회장 아들이 (고문료를)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명예회장 아들이 필요하다면 법정에 증인으로 서겠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횡령의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며 검찰에 신 사장은 물론, 그의 가족에 대한 자금 추적을 요청한 상태다. 6일 본지가 입수한 신한은행의 고소장에 따르면 신 사장은 2005~2009년 이 명예회장에게 가야 할 고문료 15억6600만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고액 현금거래 신고를 피하기 위해 2000만원 미만의 현금으로 여러 차례 인출해 가는가 하면, 비서실 직원과 그 가족 명의를 이용해 자금세탁까지 했다는 게 은행의 주장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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