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산 중3이 청도로 전학 가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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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에 있는 청도고가 고교 선택을 앞두고 대구와 경산지역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농촌 학교지만 입학을 한번 검토할 만하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해도 청도고는 여고로 운영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립인 청도고는 2007년 남녀 공학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올해와 지난해 연거푸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청도고등학교 남재호 교장과 학생들이 운동장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청도고는 지난 1일 새 교장을 영입했다. 서울대 합격자 늘리기 등 이른바 명문 농촌고 진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신임 청도고 남재호(61) 교장은 3일 “청도고는 개교 이래 서울대에 3명을 합격시켰다”며 “앞으로는 해마다 3명을 서울대에 합격시키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 교장은 그동안 명문고 육성에 앞장섰던 강호율(49) 교감과 함께 청도고가 실시 중인 차별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울 강남대성학원과의 자매결연 프로그램이다.

청도고 학생들이 겨울방학 5주 동안 전국의 성적우수 고교생을 뽑아 지도하는 대성학원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대도시의 명문고 학생들도 참가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물론 참가 인원은 예비 1학년과 1∼2학년 30명 정도의 소수다. 이들의 경비는 청도고 교사들의 사도장학금으로 지원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2학년 한지영(18)양은 “새 학년에 올라가 공부할 내용을 단기간에 훑는 방식”이라며 “개학하면 복습하는 셈이 돼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청도 출신으로 의약계열 진학이 목표인 한 양은 “전국에서 우수생이 모여 공부 방법도 서로 듣고 시야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시골 청도고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학원 원장이 청도고 재단이사장의 아들이란 특수한 관계 덕분이다.

한 학년이 4개 반인 청도고는 또 영어·수학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한다. 최우수·우수·보통 3개 수준이다. 방과후엔 사교육이 필요없는 강의를 듣는다. 여기다 다시 교육부의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지정돼 수학은 과학고, 영어는 외국어고 수준으로 심화교육을 받게 됐다.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전학년 포트폴리오 지도도 독특하다. 학교가 포트폴리오에 써 넣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참여 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자원봉사의 경우 연간 계획이 세워져 있어 담당교사와 함께 봉사 활동을 한 뒤 학생들은 포트폴리오를 채운다. 인성교육은 덤이다.

강 교감은 “3년 전 학생 모집의 위기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뒤 학교를 살리자며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며 “갈수록 대구·경산지역 중3의 전학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장의 독특한 이력도 명문고 육성에 한몫하고 있다. 그의 동생 중호씨는 경주고 교장을 맡고 있다. 형제 교장이다. 남중호 교장은 경주고에서 서울대 많이 넣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앞으로 동생과 입시 정보를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임식 때 청도고 교장은 “이제부터 청도고의 경쟁 상대는 경주고”라고 선언했다.

청도=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청도고의 차별화 프로그램은

-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

- 서울 대성학원 겨울 5주 프로그램

- 사교육 능가하는 방과후 아카데미

- 의약계열 선배의 멘토링 수업

- 전학년 포트폴리오 작성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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