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지구촌 ‘융단폭격’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중국투자공사(CIC)의 모건스탠리 보통주 9.86% 취득을 승인했다. 이로써 CIC는 2007년 말 56억 달러를 투입해 매입한 모건스탠리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자본이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인수(人壽)보험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미국 보험사인 AIG 계열의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어슈런스(AIA)의 지분 약 30% 인수를 추진 중이다. AIG의 아시아지역 생명보험회사인 AIA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컨소시엄이 이 회사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는 약 100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해외 기업사냥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닷컴은 지난달 26일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옥티바를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은 2014년까지 브라질에 4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자본이 전 세계를 향해 융단폭격식 투자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중국 상무부가 5일 공개한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565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2008년(559억 달러)에 비해 1.1% 증가에 그쳤지만 2002년 27억 달러 수준에서 8년간 연평균 54%나 늘었다.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2008년 세계 12위였으나 지난해엔 세계 5위로 약진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국가들의 해외직접투자 총액은 1조1000억 달러였는데, 이 중 중국이 5.1%를 차지했다. 개발도상국과 아시아에서 1위였다.

상무부는 “누적 해외투자금액은 2457억5000만 달러이며 중국 자본이 투자한 해외기업의 자산총액은 1조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투자 중에서 비금융분야 투자는 478억 달러로 14.2% 증가해 전체 해외투자의 84.5%를 차지했다.

지난해 1만3000개의 중국 기업이 177개 국가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아시아에 71.4%가 편중돼 있다. 이외에 중남미(13%), 유럽(5.9%), 대양주(4.4%), 북미(2.7%), 아프리카(2.6%) 등에도 두루 투자가 이뤄졌다.

북미 시장에는 15억2000만 달러가 투자돼 전년보다 320% 증가했고, 유럽에 대한 투자도 282%가 증가한 3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것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2조4543억 달러에 달하는 등 수출로 벌어들인 실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