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 발언 부적절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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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을 바꾸겠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던 유홍준(사진) 문화재청장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아산 현충사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사과했다.

유 청장은 지난 28일 밤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를 통해 "광화문(현판 교체) 문제를 급히 논하는 과정에서 현충사 현판을 언급한다는 것이 부적절한 표현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저의 오류였다"고 사과했다.

유 청장은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27일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라며 공개서한을 보내자 답신을 보내면서 "광화문과 현충사는 다르다.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지만,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주장했었다.

유 청장의 이 같은 '현충사 발언'이 알려지자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이어졌고, 충남 아산 출신 열린우리당 복기왕 의원은 28일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에 비판의 글을 실었다. 복 의원은 이 글에서 "단지 박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기에 건립되었다고 해서 현충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 청장은 이 과정에서도 이날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현충사가 거의 박정희 대통령의 기획에 의해 과대 포장됐기 때문에 그냥 이순신 장군의 사당으로서의 견고성보다는 그 시대에 있었던 일종의 건축 같은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문이 계속 확산되자 이날 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복 의원에게 답하는 형식의 글을 올리고 공식 사과한 것이다.

유 청장은 사과의 글에서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과 멸사봉공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소중한 역사적 공간"이라며 "그러기에 우리 청에서는 이곳을 사적으로 지정하여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어 "문화재청장으로서 저는 앞으로 현충사를 충무공의 정신을 기리고 후세에 널리 귀감으로 전파하는 공간으로 가꿔나가는 데 더욱 성심을 다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현충사는 문화재청이 사적 제155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1706년(숙종 32년) 이 충무공의 사당이 세워진 뒤 이듬해 숙종이 직접 '현충사(顯忠祠)'라는 현판을 내렸고 일제시대인 1932년 중건됐다가 68~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다시 대대적인 성역화 사업이 이뤄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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