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나라 중에는 한국도 있다. 중국이 거대한 대륙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발자국 먼저 뛰어나갔지만 뒷심이 딸린다는 평가를 받은 처지다. 그 뒤를 이어 인도·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주목 받는 가운데 한국은 작가 개인의 개별 활동이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그들이 돌아왔다. 국제 미술계에서 이미 이름값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들의 작품 발표가 이어진다.
김수자(53)씨는 ‘보따리’ 연작에 이어 ‘바늘여자’ ‘거지여자’ ‘거울여자’ 시리즈로 서구 화단에 단단한 발판을 마련한 작가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지 10년을 넘기면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 있다. 장소성 정신성 정체성을 특징으로 한 그의 최신작은 전시장 벽에 갇혀있기보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걸 핵심으로 한다. 19일까지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선보이는 설치 프로젝트 ‘지·수·화·풍(地水火風)’도 현장에 가야 작품의 뜻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원자력의 폭력성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시켜 줄 미래적 대안의 이중적 성격을 지닌 영광에서 김씨는 땅·물·불·바람이 결국 순환하는 자연임을 영상물로 일깨워준다. 17일 전시기간 동안 오후 7~9시 구경할 수 있으나 관람하려면 홈페이지(www.nppap.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배영환 작 ‘얼어붙은 파장’, 작가가 만든 장 속에 설치한 청자 오브제, 240X38X12㎝, 2010.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손동작으로 단번에 흙을 빚어낸 그 순간, 몰입한 심신의 파장을 이미지로 응결시킨다. [PKM 갤러리 제공]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 양혜규(39)씨는 최근 미국 카네기미술관과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국제미술계의 러브콜을 받는 한국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0월 24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셋을 위한 목소리’는 훌쩍 큰 자신의 최근 모습을 국내 애호가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현대인의 삶을 에워싼 도시적 사물들의 집합 속에 타인과의 소통을 조심스레 타진하는 움직임이 울렁거린다. 양씨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향한 오마주 프로젝트 ‘죽음에 이르는 병’도11~12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02-733-8945.
정재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