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군포로 북송 방치한 외교부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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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탈북 국군포로 한만택씨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중국정부의 인권 경시와 한국 무시, 우리 정부의 무사안일과 저자세 외교가 만들어 낸 일이다.

지난해 12월 말 한씨가 체포된 후 외교부가 보인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한달 남짓 중국정부로부터 '확인 중'이라는 말만 듣고 먼산 보듯 했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국군포로로 확인된 탈북자에 대해선 매우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며칠이면 끝낼 확인작업을 이번엔 질질 끌었다. 그렇다면 뭔가 이상이 생겼다고 보고 비상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외교부와 현지 공관은 그저 팔장만 끼고 있었다. 한씨가 언제 북송됐는지조차도 몰랐다. 이미 일이 다 벌어진 뒤에 중국정부에 항의한다는 마지못한 한마디를 했다. 그것으로 정부 의무는 다했다는 투다. 이런 국가를 믿고 누가 나가서 조국을 위해 총을 들겠는가.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제1차적 임무다. 특히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군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대다. 미국이 몇십년을 두고 전사자의 유골마저 끝까지 챙기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주는 이유도 바로 애국심을 위해서다. 우리 정부의 대응과는 너무나 비교된다. 지난번에는 6.25 전사자 명부를 확인 안해 국군포로가 북송될 위기에 처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두발로 걸어나온 노병을 다시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외교부 장관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중국정부는 이번 비인도적 조치로 국제사회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에 취한 태도는 외교 도의를 완전히 저버렸다. 한씨를 체포한 지 4일 만에 북송해 놓고 우리 정부엔 26일 뒤에야 통보했다. 그러면서 '확인 중'이라고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우리 정부의 중국에 대한 미온적 저자세 외교가 빚어낸 결과다. 제발 중국의 '선처'만을 바라는 식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라. 왜 중국에 대해 할 말을 못하는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양보 못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중국정부에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