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진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 보다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을 전제로 한 대화다. 좋은 사진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그 어떤 것"이라고도 했다. 그 설명을 들으니 낙동강역 사진에 붙인 '옛사랑은 불현듯 떠오른다'란 글에서 '수줍게 맞추던 단발머리 눈빛이 빠져나가고, 타고 내리는 사람이 한 주먹도 채우지 못하는 완행열차가 들어섰다'고 읊조린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책에 실린 사진은 주로 2003년 인도와 몽골을 여행하며 찍은 것들이다. 그는 "사람의 거울은 사람"이라며 "인도는 사람이 무수히 많아 '거울'이 많아서, 사람 보기 힘든 몽골에선 스스로에게 침잠했던 흔적이어서 골랐다"고 했다.
91년 귀국해서 결혼을 하고 한때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사진 전문 화랑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그는 "내 활동 무대는 부산이 아니라 지구촌"이라며 웃었다. 어느 한 곳에 묶이지 않은 채 일감이 생기면 바람처럼 떠돈다. 평소엔 작업실에서 글 쓰고 명상한다. 매주 서울과 부산에서 그를 아끼는 동호인들에게 사진 강의도 한다.
그는 3년 계획으로 '신 사진택리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권력자가 아닌 소시민의 눈으로 우리 시대 인문지리서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책 표지에 실린, 굵은 뿔테 안경 너머로 빛나는 형형한 눈빛과 함께 그 책을 만나고 싶었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