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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군남댐 완전가동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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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임진강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 하류 300∼500m 지점의 강변. 매운탕 식당인 ‘언덕너머’의 음식점은 곧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다. 음식점 아래쪽 강바닥에서 9m 정도 높이로 쌓은 마대자루가 임시 옹벽이다. 매운탕집 주인 김광섭(48)씨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는데 집중호우로 군남댐에서 또 대규모 방류를 한다면 음식점이 완전히 떠내려 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댐 방류에 대비해 만든 군남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댐 아래로 400여m 거리에 음식점 6곳이 있는데 댐이 최대 방류량의 절반만 내보내도 침수되기 때문이다. 댐 건설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역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북한 황강댐의 2차 방류 당시 군남댐 하류 음식점 6곳 가운데 4곳이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당시 북한 지역에는 일주일 동안 개성 441.4㎜를 비롯해 평균 200㎜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연천 지역에도 하루 최고 143㎜의 국지성 호우가 내렸다.

군남댐은 침수 사고 당시 전체 수문 13개를 모두 열고 최대 설계 방류량의 절반가량인 초당 5000t까지 방류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점 4곳은 거센 물살에 가건물 토사가 깎여 나가면서 지반이 붕괴돼 심하게 기울어졌다. 이들 음식점은 1개월가량 문을 닫았다가 최근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군남댐의 총 저수량(홍수조절량)은 7100만t으로 초당 최대 9000∼1만t을 방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재근(54)씨는 “댐 건설 이전에도 침수피해는 더러 있었지만 음식점 아래 땅이 파여 나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피해 보상과 함께 둑이나 옹벽 같은 안전시설을 조속히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환경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52) 대표는 “방류에 따른 상·하류 지역의 피해 발생 여부를 건설 전에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댐의 정상 가동을 위해 하류 음식점들에 대한 항구적인 수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 정학동 공사팀장은 “음식점 건물 옆으로 건물바닥 높이까지 마대자루를 쌓아 임시 옹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초당 7000t까지 방류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년 6월까지 해당 음식점들을 보상 후 철거하고 항구적인 옹벽을 설치하면 초당 최대 9000∼1만t까지 정상적으로 방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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