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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유망주 12년’ 박정진, 올해는 진짜 유망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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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한화가 시즌 막판에야 쓸 만한 마무리 투수를 찾았다. 그의 나이 만 34세. 특급 투수도 힘이 떨어질 나이에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그래서 별명이 ‘노망주(노장+유망주)’다. 한화 왼손 투수 박정진 얘기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지난해 겨울 박정진이 방출 대상자에 올라 있었다. 재능 있는 선수이니 한번 믿어보기로 했는데 저렇게 잘할 줄 몰랐다. 박정진이 내년 마무리를 맡게 될 것”이라며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박정진의 8월은 대단했다. 10경기에 나와 14와 3분의 1이닝 4실점 하는 동안 1홀드·4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20일 SK전 1이닝, 26일 넥센전 2이닝, 28일 두산전 2이닝을 던지며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왼손 강속구 투수인 데다 공을 뒤로 숨겼다가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9년 한화에 입단한 박정진은 풀타임으로 뛴 적이 거의 없었다. 2003년 주로 중간계투로 뛰며 100과 3분의 1이닝 동안 6승 7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힘은 좋지만 제구력이 문제였다.

박정진을 11년 동안 기다려온 한화도 희망을 놓으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한 감독이 부임해 “아마추어 시절부터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였다. 기회를 주자”며 방향을 틀었다. 지난겨울 박정진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나 가는 미국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데뷔 12년째인 올 시즌부터 일이 풀렸다. 시즌 초부터 1군 엔트리에 들었고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7월부터 뒷문을 맡더니 시즌 성적 2승4패 6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 중이다. 백스윙을 줄이자 컨트롤이 잡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의 큰 고민이 허약한 불펜이다. 스프링캠프까지 구대성(41·은퇴 선언)이 마무리 후보였고, 시즌 초에는 외국인 투수 훌리오 데폴라(28)로 때웠다. 이후 양훈(24)까지 가세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 틈에 박정진이 자리를 잡았다.

뒤늦게 성장한 박정진 덕에 한화는 내년 불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자신을 얻었다. 미래를 얘기하기에 그의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을까. 이에 대해 한 감독은 “괜찮다. 쟤는 그동안 던진 게 별로 없어서 어깨가 아직 싱싱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 박정진은 12년 동안 1군에서 350과 3분의 1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의 어깨 나이는 아직 20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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