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집중이 안될 때는] 숫자 세며 깊게 숨쉬기, 박자 맞춰 걷기, 눈감고 바다 떠올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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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머릿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기분으로 고개를 가볍고 경쾌하게 좌우로 흔들어 보세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중학교 ‘천하대 공부방’. TV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이름을 따온 이 공부방에서 중3 학생 18명이 서울뇌교육협회 송이경 강사의 지도에 몸을 맡겼다. 이 학교는 지난 학기부터 공부방 수업 중간에 명상·뇌체조 등을 하고 있다. 송 강사가 “스트레스가 쌓여 답답한 가슴을 쳐보세요”라고 하자 학생들은 강사의 말에 따라 가슴을 손으로 탁탁 쳤다. 자신의 꿈이 이뤄진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으로 이날 시간이 마무리됐다. 사격부원인 이영지양은 “예전에는 기복이 심했는데 명상으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안정된 후 사격 기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경록군도 “중3이 된 후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데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고 전했다.

영등포중학교 ‘천하대 공부방’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 호흡= 공부 의욕이 꺾여 우울하거나 불안 때문에 학습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경희대 한방신의학병원 신경정신과 정성용 교수는 “호흡만 제대로 해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눈을 감고 가부좌 자세로 앉은 후 허리는 곧게 세우고 턱을 가슴 쪽으로 조금 당긴다. 숨을 내쉴 때마다 “3, 2, 1” 숫자를 센다. 코로 호흡을 하는데 배가 움직이는 복식호흡이 좋다. 머리를 맑게 해줘 집중에도 도움이 된다. 10~20년 후, 가깝게는 시험을 마친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머릿속에 그린다.

정 교수는 “불안 증상은 교감신경이 긴장해 나타난다”며 “자율신경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다. 편안한 상태에서 1분 동안 코나 입으로 들이마신 숨이 어디까지 깊이 들어가는지를 관찰한다. 이때보다 ‘좀 더 깊이, 좀 더 천천히’ 호흡을 하면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 명상=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는 쉽지 않다. 몸과 마음이 편한 상태인 취침 전 5분을 활용한다. 누운 자세에서 허리를 펴고 눈을 감은 채 힘을 뺀다. 미래의 긍정적인 모습이나 바다·들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좋아하는 과일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입에 침이 고일 때까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한국정신건강연구소 이주영 부소장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불안이나 우울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을 활용하면서 신체적 긴장을 이완시키는 호흡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것도 어려우면 운동을 한 후 힘을 조금 뺀 상태에서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이때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함께 듣는다.

■ 네 박자 걷기= 조용한 곳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네 박자를 세며 걷는다. 발걸음에 맞춰 마음속으로 박자를 센다. 두 걸음 걸으며 숨을 들이마시고, 네 걸음 걸으며 숨을 내쉰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교감신경이 작용해 긴장이 되고, 내쉴 때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몸이 이완된다.

■ 근육 이완= 근육에 힘을 줘 몇 초 동안 수축시켰다가 힘을 빼는 동작을 반복한다. 예컨대 배에 힘을 줘 쑥 들어가게 했다가 이완시킨다. 발목부터 시작해 배, 어깨, 팔, 목, 얼굴 근육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이완을 한다.

■ 음악= 음악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이 부소장은 “음악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5~6분 길이의 단조음악을 세 곡 듣고, 밝고 서정적인 음악을 세 곡 감상한다. 하루 1~2회 반복한다. 불안과 우울을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단조 중심의 슬픈 음악을 먼저 듣고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밝은 곡을 듣는 것이다. 슬픈 느낌의 곡으로는 재즈 모음곡 왈츠 2번, 비탈리 등이 있고 밝은 곡으로는 모차르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등이 있다.

■ 차= 차(茶)를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체질에 맞는 차를 마셔야 하는데 소음인에게는 계피차·인삼차·꿀차·쌍화차가 좋다. 소양인에게는 구기자차·녹즙이 맞다. 태양인에게는 모과차·감잎차가 좋고, 태음인에게는 율무차·칡차가 도움이 된다.

‘마음을 다스리는’ 15분 명상

※도움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1. 바른 자세로 앉아 눈을 감는다.

2. 복식 호흡(숨을 들이마실 때는 배가 나오고, 숨을 내쉴 때는 배가 들어 오도록)을 한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아랫배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규칙적으로 천천히 깊게 호흡한다.

3. 호흡 수를 세어 본다. 세던 중간에 숫자를 잊어버리면 기억하려고 애쓰지 말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숫자를 센다.

4. 신체의 감각에 집중한다. 팔과 손의 감각에 집중하고 이완의 느낌을 신체 각 부위에서 느낀다. 무거움은 근육을 이완하고, 따뜻함은 말초혈관을 확장한다.

5. 양손을 마주하여 기(신체를 돌아다니는 에너지)감을 느낀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는 기감을 느낀다.

6. 양손을 단전(배꼽 밑 9㎝쯤의 부위)에 대고 “나는 OOO하다”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한다.

7.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8. 눈을 부드럽게 뜨고 명상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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