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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월의 수상작 - 장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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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상자는 의외로 담담했다. 올해 첫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에 오른 임채성(37.서울 노원구 공릉동.사진)씨는 인터뷰 내내 자못 진지한 표정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임씨는 이미 지난해 신인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실력파다. 지난해 3월 시조백일장 차상에 오른 뒤 두번째 수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상 소감을 묻자마자 준비한 듯한 답변이 술술 나왔다.

"이전까지는 글자 수를 맞추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젠 문학적 깊이를 담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원 수상작 '산 위의 바다 - 대청봉에서'는 아침 일찍 설악산에 올랐다가 운해가 산허리를 감아도는 장쾌한 풍광을 마주하고 난 뒤의 감상을 읊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자연 예찬과 차원이 다르다. 대자연의 조화를 바라보며 임씨는 세상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노래한다. 심사위원들이"신선한 시각"이나 "감각이 돋보인다"고 평한 이유다.

그는 동국대 국문학과 출신이다. 지금은 광고기획사에서 카피라이터 일을 하고 있다. 천상 글과 함께 하는 인생이다. 임씨는 "대학 때 썼던 소설이나, 지금 직업 때문에 쓰는 여러 종류의 글, 그리고 시조까지 글쓰기의 본질은 같은 듯하다"고 말한다.

3년 전 한 기업에서 주최한 일반인 대상 문학상에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수업을 쌓기로 결심했다. 이후 1년 2개월 동안 중앙문화센터 시조반에서 시조를 공부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어 번 시조 창작에 매달린다.

"시조 짓기는 사회 생활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형의 틀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시조의 문법과 정신은 복잡다단한 사회 구조 안에서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 현대인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시조의 매력입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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