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예술로 치료하는 '멀티테라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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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질병엔 이런 그림이 좋아요

두통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초록색과 비위(脾胃)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노란색을 사용해 강한 붓 터치로 그린 것이다. 오장육부의 균형을 도와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을 가라앉힌다.

숙면간결한 붓 터치와 절제된 색채의 조합.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고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며 깊은 수면에 들게 한다.

신경성 소화불량노란색 바탕이 위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비만 해소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체중조절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연일시적으로 흡연 욕구가 생기다 바로 없어진다. 눈에 힘을 풀고 여유롭게 바라보면 검은색과 청색의 강렬함과 강한 터치로 금연 의지가 확고해진다.

알레르기 비염계절이 바뀌면서 겪게 되는 각종 알레르기 반응을 가라앉히는 그림이다.

이제 웰빙도 멀티(multi)·퓨전(fusion)화되고 있다. 한가지 웰빙만으론 복잡다단한 현대인에게 신체적·정신적 행복을 안겨주기 힘들어서일까. 대표적인 예가 멀티테라피다. 멀티는 ‘여럿’‘많음’을, 테라피는 ‘치료법’을 뜻한다. 따라서 멀티테라피 안에선 미술·음악·운동·음식·아로마테라피 등 각각의 모노테라피가 자연스럽게 용융된다. 동양의 오행 철학과 한의학의 치료 원리까지 개입된다. 이름만 들어선 서양에서 유래된 치료법인 것 같지만 미국과 유럽엔 없다. 지난 1996년 국내 학자(건국대 장성철 교수)가 창안한 것이다.

◆ 사람의 오감을 자극한다

멀티테라피는 의사.한의사가 하는 치료 행위가 아니다. 일부에선 대체의학의 하나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창안자인 장성철(건국대 멀티테라피학과) 교수는 "예술에 더 가깝다"고 정의한다. 일종의 '아트 케어(art care)'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 행위를 통해 카타르시스와 웰빙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멀티테라피의 알맹이"라고 정의했다.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맑은 심성이 표출되면서 질병에 대한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이 커진다"는 풀이다.

따라서 멀티테라피에선 인간의 눈(시각.미술치료).귀(청각.음악치료).코(후각.아로마치료).혀(미각.음식 처방).몸(촉각.운동 처방)이 모두 동원된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눈이다.

아트마인드 멀티테라피연구소 이병희 소장은 "멀리테라피는 우울증.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또 다이어트.금연 중이거나 두통.위장 장애.불면증.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어떻게 치료하나

서울 개포동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우울증과 잦은 짜증으로 가족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정신과 상담을 꺼리던 김씨는 부담이 작은 멀티테라피를 먼저 받아보기로 했다. 멀티테라피 전문가의 체질 감별 결과 김씨는 금(金)체질로 판정됐다. 멀티테라피에선 사람의 체질을 목.화.토.금.수 등 다섯 가지로 크게 분류한다.

경기도 이천의 인제당 한의원 은종원 원장은 "체질별로 좋아하는 색깔과 맛이 있다"며 "목체질은 푸른색(靑), 화체질은 붉은색(赤), 토체질은 노란색(黃), 금체질은 흰색(白), 수체질은 검은색(黑)을 즐겨 쓴다"고 설명했다. 또 목체질은 신맛, 화체질은 쓴맛, 토체질은 단맛, 금체질은 매운맛, 수체질은 짠맛을 선호한다. 여기서 목과 토, 수와 화, 목과 금, 토와 수, 화와 금체질은 상극 관계라는 오행 원리도 적용된다.

김씨는 과잉된 금체질이므로 흰색을 가급적 덜 사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만약 금이 부족한 것으로 판정됐으면 흰색을 더 자주 쓰라는 권유를 받았을 것이다. 김씨는 손등에 다양한 색상의 테이프를 1시간쯤 붙였다가 떼는 시술도 받았다. 이것이 색채의 파장을 이용하는 색채 테이핑 요법이다.

김씨는 또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그리는 행위 자체가 운동), 음식은 약간 '짜게 먹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 치료법은 김씨에게 기대 이상의 효과를 주었다. 3개월 만에 우울증이 거의 사라지고 식구들과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멀티테라피 전문가에게서 자신의 체질과 오감 처방을 받아야 한다. 성남 분당의 아트마인드 멀티테라피 연구소(031-718-6786)를 방문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경기도 일산.안성에도 전문기관이 있다. 체질 판정.상담 비용은 5만~10만원.


◆ 간단한 드로잉과 그림 보기만으로 면역력 높인다

멀티테라피에서 드로잉(그림 그리기)은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여기서 드로잉은 일종의 연상 운동법이다. 자신의 여러 신체 부위를 연상하면서 원을 그린 뒤 원에서 찌그러졌거나 뭉친 부위를 찾아낸다. 머리를 연상하고 원을 그렸다고 치자. 이때 원이 한쪽으로 뭉치거나 찌그러져 있다면 두통 등 머리 부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다시 머리를 생각하며 원을 그리면 찌그러진 원이 둥그레진다. 연상을 통해 '고장난' 부위가 치유되는 것.

멀티테라피 전문가가 그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는 몸에 힘을 뺀 뒤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봐야 효과가 커진다. 책상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그림을 붙여놓고 자주(한번에 2~3분씩) 쳐다보는 것이 좋다고 장 교수는 지적한다.

드로잉이나 그림 보기의 치료 효과는 일종의 '가짜 약 효과'(플라시보)일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옷을 잘 입는 등 색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겐 효과 만점이다. 그러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의 한 보험회사 디자인팀 직원들은 '알레르기 비염에 좋은 그림'을 책상 앞에 놓고 수시로 본 뒤 재채기.콧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 사실을 안 회사는 멀티테라피 그림이 그려진 고객용 캘린더를 제작했다.

멀티테라피는 건국대에 석사과정이 개설되고(60명 재학 중, 석사 10명 배출)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등 최근 학계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멀티테라피 적용 대상

우울증.자폐증.스트레스성 질환자
불면증.비만.위장 장애.두통.감기.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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