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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여주·갓·호박·모과·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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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혜영(38)씨는 요즘 몸이 천근만근이다. 휴가도 다녀오고 무더위도 지나 갔는데 오히려 몸이 더 무겁다. 이는 여름 동안 떨어진 기력과 식욕을 회복하라는 신호다. 보양식이 필요할 때다.

소화 흡수 높아 현대인에게 효과적

“예전에는 섭취하고 보충하는 게 보양이었지만 요즘은 몸에서 빼내는 것이 ‘보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인들의 병은 너무 많은 것들을 먹어서 원인이 된 경우가 많죠.” 이지사찰음식문화원 전효원(48) 원장의 말이다.

채우기보다 덜어주는 보양식이 바로 사찰 음식이다. 불교에서 하안거(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불교에서 승려들이 여름 동안 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에 전념하는 일) 기간이 끝나면 스님들은 약해진 몸에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이 시기는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늦여름과 맞아 떨어진다. 스님들의 원기 회복을 위한 상차림은 기름 둥둥 뜬 보양식 대신 소박한 오색연근밥과 국화 송편, 마 부침개 등이다.

사찰음식은 동물성 식재료와 미각을 자극하는 오신채(마늘·파·달래·부추·흥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약리 작용을 가진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오랫동안 앉아서 정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음식인 만큼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 소장인 적문 스님(사찰음식 전문가경기도 평택 ‘수도사’주지)은 “운동량이 적은 반면 정신 노동량은 많은 승려들의 생활이 요즘 현대인들의 생활과 비슷하다”며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는 소화흡수율이 높은 사찰음식이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찬 성분과 더운 성분이 어우러져 몸 균형 맞춰줘

사찰음식은 제철 식재료를 쓴다. 감자·고구마·옥수수·연근·깻잎·오이 등 많은 재료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엉이나 연근 같은 뿌리 채소는 늦여름과 초가을 산천에 가득하다. 연근은 피로 회복이나 정신안정 효과가 있어 공부하는 학생에게 좋으며 우엉은 약용 성분이 뛰어나 기침·가래·당뇨병·신장염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보양 재료로 자주 사용되는 들깨는 다량의 비타민 A와 C, 비타민 E와 F가 함유돼 있어 건강과 미용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 소화 촉진·혈액 순환·피로 회복 등 성인병 치료에도 더 없이 좋다. 단백질과 칼슘이 시금치의 2배 이상 들어 있는 아욱은 발육기의 어린이나 성인 등 누구에게나 필요한 식재료다.

전 원장은 “덥다고 찬 성분의 음식을, 서늘하다고 더운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은 옳지 않다”며 “찬 성분과 더운 성분이 조화를 이뤄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음식이 가장 좋은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한량식품(몸을 차게 만드는 음식)으로는 쇠비름·여주·씀바귀·연근·토마토·감·고사리·김·다시마·무·시금치 등이 있고, 온열식품(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에는 갓·호박·모과·수수·찹쌀·연자·복숭아·매실·밤·대추·호두·식초·찹쌀·산초 등이 있다.

밥도 보약이다. 찰밥·산나물비빔밥·콩나물밥·유부밥·보리밥·김치밥·무밥·버섯덮밥·오곡밥·야채 영양소밥·톳나물밥·연잎밥 등 사찰음식은 밥 종류만 수십 가지다. 여러 가지 채소를 곁들여 찌거나 비벼 먹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사찰음식을 배운 지 2년째인 주부 이원선(44·강남구 대치동)씨는 “우엉이나 표고버섯을 넣어서 밥을 해 양념장에 비벼 먹거나 찹쌀에 견과류를 넣어 연잎에 찌는 연잎밥 등은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며 “보양을 위해서는 고단백 음식도 필요하겠지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음식이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잎은 기름진 음식을 먹어 생긴 독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적문 스님은 “수도승들의 보양은 몸의 원기 회복은 물론 마음의 회복까지 돌보는 것”이라며 “현대인들 역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해야 비로소 보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의‘연자팥밥 장아찌쌈밥’과 ‘참송이 박국’의 요리법은 jjLife.joins.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곳

동산불교대학(종로구 관훈동) 02-732-1206~8
전국비구니회관 (강남구 수서동) 02-3411-8103
이지사찰음식문화원(서초구 양재동) 070-7581-8103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경기도 평택시) 031-682-3169

[사진설명] 열기를 식히고 기운을 복돋워주는 사찰 보양식 ‘연자팥밥 장아찌쌈밥’과 ‘참송이 박국’.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촬영협조= 이지사찰음식문화원/사진=황정옥 기자>

장아찌 연자 쌈밥

■ 재료 : 연자팥밥-연자육․팥․찹쌀 1/2컵, 쌀 1컵, 소금 1작은술, 다시마 약간(4인분)
장아찌-질경이 장아찌, 당귀 장아찌, 산초잎 장아찌 적당량

■ 만드는 법

연자팥밥

1. 쌀과 팥을 씻어 불린다. 연자도 심을 빼고 씻은 후 불린다.
2. 팥은 찬물에 넣어 팔팔 끓이다가 건져 찬물에 헹군 후 무른 상태가 될 때까지 삶는다.
3. 준비한 재료에 다시마를 넣고 팥 삶은 물에 소금을 녹여 밥을 짓는다.
4. 연자팥밥을 장아찌에 돌돌 말아 접시에 담는다.

당귀 장아찌: 소금에 절인 당귀를 꾸들꾸들 말려 고추장․조청에 버무린다.
질경이 장아찌: 질경이를 살짝 데쳐 꾸들꾸들 말린 후, 간장․효소․식초․물을 끓여 붓는다.

◈재료의 효능과 효과◈

* 연자육
노화를 막아주는 막는 항산화 효능이 있다. 오장의 기운이 부족하고 심장이나 신장 비장의 기운이 부족할 때 매우 유익하다. 노인이 체력이 떨어지거나 꿈이 많고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먹으면 효과적이다.

* 팥
당질과 단백질․비타민 B1․섬유소가 많다. 해독․이뇨․변비 해소에 효과적이며 부종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 당귀 장아찌
당귀는 약재로는 뿌리를 쓰지만 장아찌에는 잎을 사용한다. 혈을 보호하고 힘을 내어 기운을 좋게 하는 약선의 의미로 식재료를 사용한다.
향이 짙어서 소금물에 절인 후 간장이나 고추장에 담가 저장한다. 봄에 담가 여름 내 지친 몸에 진액과 활력을 주는 좋고 가을에 기운을 올리는 음식 중 하나다.

* 질경이
질경이는 플란타기닌 아우쿠린 등의 성분이 들어있으며 위 간 심장질환의 예방에 유익하다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며 모유 부족 시에도 효과적이다. 소염 작용이 있어 종기 치료에도 좋다.

참송이 박국

■재료: 참송이(송이)․박 100g, 다시물(쌀뜨물) 500g, 들기름․간장․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참송이버섯은 깨끗이 손질하여 잘게 찢는다.
2. 박은 갈라서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겨 0.5cm 두께로 나박썰기 한다.
3.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살짝 두른 후 박을 볶는다. 다시물을 부어가며 충분히 볶는다.
4. 뽀얀 물이 우러나고 박이 투명해지면 다싯물을 넣고 집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국물이 끓으면 참송이버섯을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인다.

◈재료 이야기 ◈

* 박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 진정시켜주는 효능이 있으며 갈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폐를 튼튼히 해주며 칼슘이 풍부해서 산후 회복이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다. 박은 생채로는 나물이나 국을 끓이고 고지로 만들어서 잡채․견과류 조림․정과․누름적․김밥․장아찌로도 활용한다. 특히 박고지는 섬유질이 풍부해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장내에 들어가서 몸에 유익한 비피더스균을 증식시키고 이 섬유질은 위를 보호하고 소화 작용을 돕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열을 내리고 갈증을 하소한다고 전해진다.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는 박누름적, 박장아찌 등 박이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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