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인사에 사가 끼어” 정태근 “정무·민정라인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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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지도부가 29일 3명 사퇴로 가닥을 잡은 건 일종의 ‘선제적인 대응’이었다. 국민 여론뿐 아니라 30∼31일 열릴 당 연찬회도 감안한 결정이었다. 연찬회에서 불거질 사퇴론을 예상하고 미리 조치한 것이었다.

연찬회에선 인사검증 문제와 관련해 문책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의원은 드물었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자들과 만나선 상당수 의원들이 주저 없이 “검증을 잘못한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오전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안상수 대표, 나경원·서병수 최고위원(앞줄 오른쪽부터) 등 의원들이 김무성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찬회에서는 8·8개각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안성식 기자]

김무성 원내대표부터 그랬다. 그는 이날 ‘인사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인사 검증에 관련된 청와대 인사는 누가 됐던 문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제대로 해서 올렸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청와대 수석을 바꾸는 것보다 행정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누가 졸병을 건드리느냐고 하지만 졸병이 훨씬 중요하다. 자리를 바꾸긴 바꿨는데 그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에) 사(邪)가 끼었다.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국정농단을 해온 특정 인맥들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 측에선 “영포(영일·포항) 라인의 핵심 중 한 명인 김명식 인사비서관 등이 문제”라는 얘기도 했다.

문책론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의 목소리도 컸다. 김성식 의원은 “인사 철회로만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인사 검증 라인에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광덕 의원도 “인사 검증 라인에서 (문제를) 몰랐다면 무책임의 극치다. 알고도 인사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소신을 펼치지 못했다면 무소신”이라고 꼬집었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의혹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검증팀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검증팀에서 충분히 파악했는데 강행했다면 그 인사결정권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결정권자’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한 일단의 그룹”이라고 말했다. 역시 친이 직계인 정태근 의원도 “청와대 정무라인과 민정라인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책임론 분출이 노골적인 당·청 갈등으로 번질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 김 후보자 등 3명의 퇴진에 대해 “뇌관이 제거됐다”(허태열)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영세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적당히 밀고 당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연찬회장을 찾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문책론에 대해 "저희가 당사자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만 했다.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쏟아진 청와대 문책론들

김무성 원내대표 “ (8·8개각)주도한 사람들, 나도 문책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에 (당의 문책 요구)전달하겠다.”

정두언 최고위원 “ 인사비서관이 제대로 해서 올렸으면 이런 일 발생 안 한다. 사(邪)가 끼어있다. 국정농단을 해온 특정 인맥들의 문제다.”

서병수 최고위원 “ 청와대에서 장관 추천·검증하는 자리의 사람을 바꿔야 한다.”


글=고정애·허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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