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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 서울시의회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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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산하 기관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명수(민주당)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30일 “산하 기관장에 시장의 측근을 임명하는 현재 시스템이 방만한 경영과 재정파탄을 불러오고 있다”며 “능력과 전문성을 따지기 위한 청문회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산하 기관장 인사가 시장의 고유 권한인 만큼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인사청문회 도입 제안을 받아들이면 조례로 만들어 시행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임위나 특별위원회에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임명 후에라도 신임 기관장을 불러 능력, 비전,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청문하고 부적격자라고 판단되면 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투자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을 꼽고 있다. 현재 서울시 산하에는 SH공사·서울메트로 등 5개 투자기관과 시정개발연구원·세종문화회관 등 5개 출연기관, 서울문화재단 등 6개의 재단이 있다. 시의회는 이들 단체장 모두를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현재 5개 투자기관이 지고 있는 빚은 모두 16조원으로 서울시 전체 부채의 83%에 달한다.

그러나 시의회가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우선 상위법을 거슬러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는 공직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도 지방공기업 기관장 임면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도의회는 2004년 산하 기관장의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 위해 조례까지 제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위법인 조례로는 지자체장의 임명·위촉권을 제약할 수 없다며 가로막은 바 있다. 서울시 역시 “인사청문회는 법에 명시된 시장의 인사권 침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산하 기관장은 공개 모집을 통해 전문 경영인을 뽑도록 돼있어 공직자의 임명 절차와는 다르다”며 “우수 경영인을 뽑기 위해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는 등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계명대 최봉기(정책대학원장) 교수는 “시의회는 시는 물론 산하 기관의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법에 정해진 권한을 통해 시정은 물론 산하 기관의 경영을 견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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