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아산 외고·자율고 입시전형 분석 ① 북일고(자율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자율고 전환 이후 첫 입학한 북일고 1학년생들이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조영회 기자]

올해 입시부터 일반계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으로 복잡했던 고교 유형이 일반고, 특성화고, 특목고, 자율고 등 4가지로 단순해진다.

올해 도입된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는 사교육 유발 요소가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필기고사는 물론이고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적성검사, 영어듣기평가, 인증시험 성적,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북일고는 외고처럼 학과가 나눠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설립취지와 교육목표라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통해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이 부합하는가를 확인해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일고의 입시전형을 보기 전에 먼저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색교육과 앞으로 바뀔 학교의 교육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율고의 특징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도록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학년도 입학생은 특목고 수준의 전문교과(영어회화, 고급수학, 고급과학 3과목, 과학실험 3과목, 정보과학)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 수시전형에서 요구하는 전문교과 이수단위를 충족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하지만 2011학년도 입학생부터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북일고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폭넓은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학교 특징이나 학생 수준에 맞는 교과목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는 올 2학기부터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선정돼 기초과정과 심화과정도 개설, 운영한다. 현재 자율고 1학년의 경우 전국연합모의평가에서 영어가 1~3등급에 포함된 학생들이 83%였다. 수학은 91%가 넘는다. 북일고는 이에 따라 수학의 경우 기초과정은 개설하지 않고 상위권 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통해 심화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수학은 전문교과인 고급수학을 가르치고, 영어는 인근 대학교수가 1주일에 5시간씩 대학교재를 활용해 수업을 한다. 시범학교이기 때문에 교재비와 수강료는 전액 교과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북일고는 글로벌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일반계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모집구분(전기)과 지역 단위(전국·광역) 모집 인원은 지난해와 변화가 없다. 전국 50%, 광역(충남도) 50%를 선발한다. 체육특기자를 제외한 12학급 415명(남자 일반계 11학급 385명, 남녀공학 국제과 1학급 30명)이다. 크게 달라진 점은 2010학년도의 입학사정관 전형(20명)에서만 요구했던 자기소개서가 2011학년도에는 자기주도 학습전형 시행으로 전체 인원(415명)에 적용된다. 사회적 배려대상자도 확대된다.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가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북일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 절차(일반전형)는 크게 2단계로 나뉘어 진다.

1단계로 고입 전형 규정에 따라 생활기록부 내신 성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전형 정원(290명)의 150%(435명)를 2단계 대상자로 선발한다. 2단계로 생활기록부 성적과 서류심사(학습계획서, 교사추천서, 학교장추천서)의 점수를 더해 성적순으로 정원의 70%(203명)를 면접 없이 선발한다. 이후 나머지 모집인원(정원의 30%)은 생활기록부 성적, 서류심사(학습계획서, 교사추천서, 학교장추천서), 면접 점수를 합산해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학업계획서는 지원동기, 학습과정 및 진로계획,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활동의 항목별로 6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기준 타수에 지나치게 미달하거나 초과할 경우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학업계획서는 사실에 입각해 써야 한다. 면접은 학습계획서의 각 항목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학습계획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과 해당 중학교에서는 각각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꼼꼼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학생들은 ▶진로 및 적성검사, 진학상담, 독서활동, 사색과 성찰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한다 ▶평소 학교 정규 교과수업 이외의 다양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봉사·체험활동, 방과후학교 등에 참여한다 ▶진로탐색 및 진학상담을 통해 자신의 진로 계획에 맞는 학교 및 학과를 선택한다.

해당 중학교는 ▶진로 및 적성검사, 진로·직업교육, 상담지도 등 맞춤형 진학·진로지도를 체계적으로 실시해 학생의 진로 선택을 지원한다 ▶고교 입학은 물론 고교 졸업 이후의 진로와도 연계해 적합한 고등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교과 내신성적 산출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기별 영어 석차등급 명부를 작성한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학생의 추천을 위해 학교장추천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



북일고 1학년 이건희

성적 향상 … “학교 교육에만 의지해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북일고가 자율고로 전환된 첫 해에 입학한 이건희(아산시 탕정면)군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곳에 입학하고부터는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사교육을 받게 되면 학원 시간에 자신을 맞춰야 하고 그만큼 스스로 공부해야 할 시간이 줄어드는 데다 몸 상태가 흐트러져 학교 일정대로 공부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에 몸이 길들여지면 내 시간이 없어지고 학교는 학교 공부대로 제대로 집중 할 수 없다는 게 이군의 생각이다.

이군은 정규수업 후 자습시간을 활용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에 투자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생겼다면 학교에서 야간 특강을 들을 수 있다. 1주일 2시간씩 필요하면 해당 과목에 특강을 신청하면 된다. 수학 등 주요과목은 고급·중급반, 영어는 회화·장문독해반 등으로 나눠져 있다.

사실 이군의 가장 큰 고민은 이 학교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일반 고등학교를 들어가 내신 성적을 올려 명문대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율고로 바뀐 북일고를 놓고 고민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친구들이 모여 경쟁하는 만큼 내신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학교에 오기로 결심했고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군은 최근에 성적이 올랐다. 비록 친구들과 경쟁하지만 같은 수준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서로 같은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친구 사이의 따돌림 일명 ‘왕따’가 없다. 면학분위기도 너무 좋아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오른다는 당연한 진리를 몸소 느끼고 있다.

입학 당시만해도 과도한 경쟁으로 같은 반 같은 학년 친구와의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쓸데 없는 걱정임을 깨달았다.

입학 초 이뤄진 인성교육은 절도 있는 생활과 친구와 하나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교사들도 “가장 중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인성교육이 먼저다”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인식시켰다.

이군은 자율고를 망설이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어느 학교 보다는 자신에 맞는 학업 분위기가 어느 곳인지 선택할 것을 권한다.

이군은 “학생들의 열정 이상으로 중요한 건 면학분위기와 선생님들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북일고 신현주 교장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학교 만들겠다”

-올해 입시전형 특징은.

전국 71개 학교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한다. 선발 시스템이 모두 똑같다. 추천서 양식도 같다. 학생들이 써내는 양식도 같다. 올해의 특징은 서류 심사나 면접을 입학사정관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부산, 경북 등지에서 모두 60시간 연수를 받은 입학사정관이 자격을 갖게 된다. 교육청에서 입학사정관을 임명해 학교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 내신과 스스로 공부한 내용, 사교육을 얼마나 안 받았나를 보는 게 핵심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중학교 내신 성적과 서류, 면접 등으로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면접은 학습 계획서와 추천서 내용을 발췌해 입학사정관이 학생 개인에게 질문해서 점수화 시킨다.

-지난해 고입 계획이 늦게 발표돼 중학교에서 진학지도에 애를 먹었다. 올해는 어떤가.

자율형 사립고 승인이 너무 늦게 났다. 지난해 6월 나기로 했는데 7월 31일에 났다. 올해 입시요강 발표는 6월에 났다. 사실 더 빨리 확정했는데 입시전형이 자기주도전형으로 바뀌는 바람에 늦었다. 명칭이 입학사정관제에서 올해부터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학교가 전국에 71개다. 명칭이 바뀌면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외부 수상이나 경시대회는 일체 반영 못하게 되어 있다. 올해 처음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시전형을 확정하기 위한 조율과정에서 늦어진 것 같다.

-자율고 전환 후 성과가 좋다는데.

천안지역 일반고 가운데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냈다. 2009학년도 3명을 보냈고 2010학년도는 6명을 보냈다. 천안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큰 실적이 아닐 수 없다. 100여명이 과학고나 외고로 빠지고 나머지 학생들이 올린 성과였다. 교사의 열정과 학생들의 성취 욕구 달성이 결합해서 시너지 효과 거둔 것이다. 대학입학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분석에 따른 진로지도가 많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자율고 전환 후 수업방식에 차이가 있나.

수업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체적으로 일반계도 마찬가지지만 토론 수업을 중점적으로 많이 한다. 학생 스스로 탐구할 것을 강조한다. 과학고라면 과학 인재 육성이고, 외고는 외국어 인재 육성이다. 자율고는 이런 것을 총 망라한 것이다. 과학과 외국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정부에서 정해준 틀에 서만 교육과정을 짜왔다면 이제는 학교 실정에 맞는 수업을 짤 수 있다. 주어진 틀 안에서 얼마든지 수업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

-예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타 지역 학교보다 외국학교와의 교류가 활성화돼 있다. 학생들이 외국 학교와 교육프로그램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외국 7개 학교와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세계를 향한 도전의식과 글로벌마인드 향상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지도하려고 한다. 이런 것이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