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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국내 첫 상생협력 전담조직 가동 … 협력사 지원 활동 체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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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주기적으로 대·중소기업 상생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결과가 잘 돼야 한다. 그게 잘 되려면 윗사람하고 아랫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구 혼자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유스올림픽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을 묻는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회장은 “대·중소기업 상생은 똑같이 노력해야 성과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기업은 진정한 동반자로 중소기업을 대우하고, 협력 중소기업은 연구개발과 창의적 경영에 한층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협력 기업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4년 국내 최초로 임원 단위의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협력사 지원 활동을 체계화했다. 2005년부터는 협력사 대상 전액 현금 결제를 시행해 이들의 유동성 개선을 도왔다. 2008년에는 ‘상생협력실’을 설치해 보다 중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상생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1차 협력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급(賜給)제도 도입이다. 최근 원자재 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한 삼성식 해법인 셈이다. 주요 원자재를 삼성전자가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중소 협력사에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원자재가 변동을 납품가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으나 품목별로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행상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LCD TV 등 대형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판·레진(수지)·동 등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다른 제품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2, 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도 만든다. 삼성전자는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설비 투자·기술 개발·운영 자금 등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를 올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상생방안이 2, 3차 협력사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했다고 판단, 2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 조건·현장개선 지원활동 수준 등을 1차 협력사 종합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 2차 협력사 간 불공정 관행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차 협력사 대상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2차 협력사로 확대한다.

이와는 별도로 기술과 품질·거래 규모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2, 3차 협력사를 1차 협력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들은 거래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 받는 1차 협력업체의 이점은 물론 대외 거래 때 신인도를 높이는 부수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협력업체를 50개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 박종서 상생협력센터장(전무)은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매년 2000억원의 상생 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다”며 “이번에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수반해 협력사와의 상생 틀을 확대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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