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패션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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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대표적인 패션전시회 중 하나인 '홍콩 패션위크'가 열린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한국 디자이너 10명이 지난 20일 합동 패션쇼(사진)를 했다. 진 소재에 한국 전통 문양을 넣은 청바지,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들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침구, 색상이 다양한 그래픽을 새겨 넣은 정장 등은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의류업체는 모두 15개. 이들이 전시회 기간(1월 18~21일) 중 올린 상담액수는 330만달러다. 지난해보다 8% 늘었다. 2003년부터 이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했던 강기옥 디자이너는 "30만달러어치를 주문받았다"고 말했다. 안윤정 디자이너는 "중국 바이어와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한류열풍도 국내 패션업계의 해외진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협회격인 홍콩무역발전국 앤 칙 전람사무국 수석 매니저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 홍콩시장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의류제품이 부쩍 많아졌다"며 "한국산 제품들은 제품의 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000여개의 패션 의류업체가 참가하는 홍콩 패션위크는 매년 1, 7월 두 차례 열린다.

◆수출로 활로 모색하는 국내 패션업계=임현희디자이너는 2000년 이후 매년 10회 이상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자신의 제품을 알리고 있다. 파리의 고정 바이어만 30여명에 이른다. 그는 "한 벌에 100만원 이상의 고가이지만 유럽의 소규모 부티크나 아랍지역 상류층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신인 디자이너들도 수출대열에 가세했다. 이미래 디자이너는 지난해까지 동대문 쇼핑몰 '두타'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그는 "동대문시장에 최근 해외 바이어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며 "고가의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지원한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패션디자인센터 김재화 패션사업팀장은 "내수경기 침체로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갈 길 먼 패션산업=서울패션디자인센터는 국내 패션산업 경쟁력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패션선진국의 50~70%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디자인▶브랜드 ▶마케팅력 등을 종합해 따져본 것으로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주력했고 외국 디자인 모방에 치중한 결과다.

또 국내 의류산업은 199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마저 잃어 세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따르면 1998년 54억5400만달러에 달했던 2003년 의류수출은 46억달러로 줄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정태상 과장은 "우리 패션업계도 소량 다품목 생산체제를 갖추고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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