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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장관 사의 왜? "1년 열심히 해…더 할 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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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곳은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간부혁신연찬회 자리였다.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마무리 발언을 하던 김 장관은 '장관을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례적으로 간부들의 연찬회 자리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밝힌 것이다. 장관의 사표 제출은 통상 청와대가 발표한 뒤 당사자가 확인하는 식으로 공개되는데, 김 장관은 청와대 발표 전에 먼저 이를 밝혔다.

청와대에는 지난 24일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간부는 "연찬회 기간 중 그런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며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장관과 청와대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용퇴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간부들에게 "기획예산처의 업무 성격상 장관이 중간에 바뀌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직원들은 김 장관이 지난 1년간 예산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한 만큼 용퇴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월 2일 임명됐다.

김 장관은 "연초에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올해 예산이 지난해 12월 31일 밤 늦게 통과되고 이에 따른 집행계획을 세우다 보니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의 올해 업무가 본격화하는 2월 전에 물러나 새 장관이 올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김 장관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건강 문제도 일부 내비쳤다. 그는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1년을 더 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큰 일을 했다는 평가를 정부 내에서 받았다. 청와대는 그의 사표를 수리할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사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가에서는 후임 장관으로 변양균 차관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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