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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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증은 다른 질환과 달리, 연령에 상관 없이 발병하는 모든 남성들의 공통된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비해 조루증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아직도 혼자 끙끙거리며 속앓이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조루증에 대한 확립된 정의는 아직 없지만, 보편적으로 2000년 DSM-IV 정의가 많이 쓰인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도 질내 삽입 전, 삽입 당시, 삽입 직후 또는 개인이 원하기 전 극치감과 사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조루증은 사정시간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고, 사정조절능력이 어렵고 배우자와의 성행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며 극치감에 도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성관계는 혼자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조루증은 남성 자신뿐 아니라 파트너까지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조루가 있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때론 발기, 성적인 자신감, 만족감, 자존심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서 파트너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이 조루증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 남성은 첫 경험부터 조루증 증세가 나타났고 그 후로도 계속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래서 이성에게 성적으로뿐만 아니라 남성으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수년간 조루증으로 이성관계를 제대로 이어 나가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다 최근,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 조루증 치료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결국, 그 환자는 결혼 후에도 이어진 꾸준히 치료로 성 관계시간뿐만 아니라 사정조절 및 발기능력도 나아졌다. 부인과의 성관계는 물론이고 사회 생활 모든 관계에서 아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성적 능력이 사회적 능력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조루증의 원인과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루증 치료에는 경구용 약물, 행동요법, 배부신경 차단수술과 약물 도포법 등이 있다. 경구용 약물치료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조루 증세를 치료하는 방법이며, 수술과 약물 도포법은 감각신경의 예민함을 둔화시켜 치료하는 것이고 행동요법은 심리적인 문제에 보다 중점을 두고 치료하는 방법이다.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는 조루증이 사정중추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관련된 질환이라는 사실을 밝혀지며 시판되었다. 현재 유일하게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며,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최대 7시간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자들을 보며 느끼는 건 많은 조루증 환자들이 증상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치료엔 소극적이란 사실이다. 혹 용기를 낸다 하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난감해 한다. 조루증은 전문적 치료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루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해서 웃음거리가 되던 시대는 지났다. 보다 더 많은 조루증 환자들이 비뇨기과 전문의를 만나 조루의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비뇨기과전문의 김동욱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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