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의혹에 KO된 신재민 ‘쪽방문’에 걸려넘어진 이재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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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재민, 이재훈(왼쪽부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동반 사퇴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김 총리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밝혔다. 두 사람이 낙마한 건 각각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신 후보자), 쪽방촌 투기 의혹(이 후보자)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정면 역행하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거세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신 후보자의 경우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파트·오피스텔·분양권’ 등 부동산 거래 17차례, 세 딸의 전·입학을 위한 네 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2007년 대선 땐 ‘스폰서 차량(기업체를 운영한 지인의 차량)’ 이용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신 후보자는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세금 탈루 등 위법은 없었다” “세 딸이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등 잘 적응하지 못해 ‘아버지의 정’으로서 (위장전입은)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민심은 냉소적이었다. 그런 그는 결국 문화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인물로는 사상 처음으로 중도 사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본지 8월 16일자 12면.

이재훈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특종 보도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투기’ 의혹(8월 16일자 12면)이 서민의 분노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 무역투자실장과 차관 시절 매입한 쪽방촌 건물 등 상가 3곳이 모두 재개발 예정지여서 전문적 투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봇물처럼 터졌고, 인사청문회에서도 그에 대한 추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후보자는 20일 청문회에서 ‘쪽방촌 건물’ 매입에 대해 “노후 대비용”이라고 해명했다가 오히려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투기를 한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고 맹공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2월 차관에서 물러난 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고문료 4억원을 포함해 한양대·전라남도 자문역 등 동시에 세 가지 직업을 가지며 1년6개월 새 7억40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도 ‘퇴임 공직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켰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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