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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하며 경제 보는 눈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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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 차트를 보면 외국인들의 매수를 중심으로 기아자동차의 주식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럼 부품주의 가격은 어떻게 변했는지 볼까?”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펀드연구동아리(FRS) 학생들이 25일 UIC(대학생투자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학교 인터넷실습실에서 주식 차트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FRS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식 강의를 듣고, 기업분석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조용철 기자]

25일 오전 10시,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컴퓨터 실습실. 이 학교 2학년 학생 10여 명이 대형 스크린에 뜬 기아자동차의 주식 차트 앞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펀드연구동아리(FRS) 소속 학생들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주식 강의를 듣고, 조를 짜 기업분석이나 실전투자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이 학교에 투자 동아리가 생긴 건 4년 전. 처음에는 회계 동아리에서 분리된 동아리로, 펀드매니저들을 초청해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듣는 수준의 동아리였다.

그러나 담당 선생님의 전근으로 흐지부지될 뻔한 것을 UIC(대학생투자동아리)와 인연을 맺으면서 맥을 잇게 됐다. 이후 학생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UIC에 전달하면 경희대·단국대·명지대·서강대 등의 동아리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강의 내용을 짜 학생들을 가르치는 형태로 발전했다.

운영 방식도 체계적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리서치팀과 트레이드팀으로 조를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리서치팀이 기업분석과 시장조사를 하면, 트레이드팀이 이를 바탕으로 모의 또는 실전 투자를 한다. 이들 중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해 주식을 분석하는 학생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동아리 회장인 이정권(2년)군은 “어린 학생들이 벌써부터 돈을 밝힌다는 말이 가장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주식투자라는 게 위험하고 투기성이 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편견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것은 문제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경제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주식투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주식투자를 잘 하려면 경제지식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해요. 또 언제나 한 발 앞서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품게 된 친구도 생겨났다. 배윤경(2년)양은 단순한 호기심에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주식투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투자 전문가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분석력과 선견지명이 뛰어난 투자 전문가들이 늘면 그만큼 패가망신하는 일반 투자자도 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 첫걸음으로 그는 지난달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성공했다. 지금은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동아리 김성겸(2년)군의 꿈은 한국의 워런 버핏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단기 시세차익만 노리기보다는 10년 이상을 생각하고 유망한 주식을 사는 가치 투자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차트나 주가수익비율(PER) 등 기술적 분석만으로 투자하지 말고, 부채비율의 적정성,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이 있는지 등 기업의 내실을 따질 것”이라며 투자 원칙을 밝혔다.

이들의 열성에 학교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2학기에는 증권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펀드 탐구반과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취득반을 추가로 연다. 강의는 각각 동양종합금융증권과 교보증권의 전문가들이 맡는다. UIC 박상용 회장은 “워런 버핏 등 해외의 투자 대가들은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를 하면서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연구 동아리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김경진 기자·김민주 인턴기자(이화여대 경제4)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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