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밝았던 노부모가 갑자기 무표정해졌다면?

▶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병·당뇨병·뇌졸중뿐 아니라 치매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예방한다. (중앙포토)

'무병장수'.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절실해진 소망이다. 최근 유태흥 전 대법원장의 자살은 우리에게 노인 건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노인에게 질병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여성 노인의 91%, 남성노인은 76%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질병 때문에 활동이 어려운 노인도 여성 49%, 남성은 24%에 이른다. 노인은 한번 병에 걸리면 회복이 더디고, 다른 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1. 조기 발견해야 큰병 막는다

노인은 질병.죽음에 대한 불안을 안고 절실하게 도움을 바란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거나 표현 방법이 서투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화 또는 행동.안색.표정.신체적 변화를 통해 초기증상을 잡아내야 한다. 예컨대 평소 밝고 풍부한 얼굴이 이유 없이 무표정 또는 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면 질병을 의심하라는 것. 체중 감소.무기력.식욕감퇴 역시 병을 예고하는 전조 증상들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김광일 교수는 "6개월 사이 체중이 10%이상 감소했다면 질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도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항목. 독감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독감 백신(매년)은 물론 폐렴구균 백신(1회 접종으로 10년간 유효)을 맞도록 하자.

2. 정신건강은 우울증 극복부터

우리나라의 경우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이 65~69세 36명, 70~74세 53명, 75~79세 72명으로 국민 평균 19명보다 매우 높다. 모든 자살에 우울증이 개입되는 것처럼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뇌의 노화로 신경전달 물질에 변화가 오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능력이 약해지는 데다 사회적 역할 감소, 경제적인 위협, 질병 등이 겹쳐 우울증의 강도가 심하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인관계와 취미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가족.친구에게 털어놓고 상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노년 우울증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절반은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주위의 배려가 절실하다.

3. 척추.관절질환 치료 포기 말자

요통이 유 전 대법원장의 자살 원인이 될 정도로 근골격계 질환은 노인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허리와 관절이 아프면 집안에만 고립되고 급기야 기력이 쇠해진다. 요통의 원인은 척추관협착증, 무릎 통증은 퇴행성관절염이 가장 많다. 문제는 노인이라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 하지만 요즘에는 80~90대 노인들도 수술을 받을 정도로 치료기간이 빨라지고 시술방법도 간편해지고 있다.

제일정형외과 신규철 원장은 "고령 노인은 폐.심장이 약하기 때문에 부분 또는 척추마취를 이용하고,단순 감압술과 같은 시술로 간단하게 기능을 개선시켜 기대여명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도 최소수술이 등장해 90대 환자도 수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4. 영양섭취는 구강 건강에서

구강의 변화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입마름 현상. 침샘의 기능이 퇴화하면서 입안의 윤활작용을 하는 침이 적어져 구취와 함께 혀가 갈라지고 작열감이 나타난다. 치아손상으로 저작의 효율이 떨어지고 미뢰 손상으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맛의 예민도 저하로 자연히 짜고 단 음식과 같은 자극성 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경희대 치대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는 "침샘을 자극하는 가글용 약물과 입안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도포물질을 바르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5. 종합적인 건강 관리 받으려면

국내에선 분당서울대병원(031-787-4969), 영동세브란스(02-3497-2500), 한강성심병원(02- 2639-5400) 등에 노인병센터가 설치돼 있다.

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