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의 서비스가 기업 이미지·경영성패 결정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한 해에 스칸디나비아항공을 이용하는 승객은 약 1000만 명. 승객 1명이 승무원과 접촉하는 평균 횟수는 5회가량. 한 번 응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초였다. 이 짧은 시간에 회사의 인상이 좌우된다. 평생 단골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로 연간 8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는 스칸디나비아항공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얀 칼슨은 ‘15초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직원들이 고객을 만나는 15초가 ‘진실의 순간(MOT: Moments Of Truth)’이라고 강조했다. 첫인상, 즉 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결정적 순간을 강조한 결과 스칸디나비아항공은 1년여 만에 7000만 달러 흑자를 내는 우량회사로 바뀌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15초, 마케팅 용어로 ‘진실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투우사와 소가 일대일로 대결하는 순간처럼 기업도 한순간의 서비스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경영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25일 ‘2010년 한국 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고객접점 부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과 증권사·백화점 등 15개 부문, 74개 기업·기관의 대면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고객센터·지점·매장·고속버스터미널 등을 3개월간 모니터링한 결과다. 주요 기업들의 서비스 이행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국내 주요 산업의 대면 서비스 수준은 ‘합격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업의 대면접점 서비스 평균은 91점(100점 만점)이었다. KMAC 한상록 CS경영본부장은 “예상보다 높은 평가 결과”라며 “국내 기업들의 고객접점 서비스는 우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종 간 편차는 컸다.

전체 15개 조사 대상 가운데 전자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자전문점이 96점을 기록해 서비스 품질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증권(95점)과 이동전화 직영점(94점), 백화점(94점) 등이 이었다. 금융사들은 직원들의 말투·어감·호칭·설명능력·경청태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통업체는 시설환경관리·복지·용모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속버스터미널(74점)과 편의점(81점) 등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아 서비스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시설환경 투자가 시급하고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의점과 헬스·뷰티점은 현금 영수증 수령 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 부가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등으로 고객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사 대상 가운데 삼성디지털프라자가 97점으로 고객에 대한 대면 서비스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체계적인 고객 관리, 주요 품목 3년 무상 서비스 제공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업종별 1위에는 국민은행·외환은행(은행),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증권), 대한생명·삼성생명(생명보험), 신세계백화점(백화점), 롯데마트·이마트(대형마트), 보광 훼미리마트(편의점), GS수퍼마켓(대형 수퍼마켓), 메가박스(영화관) 등이 꼽혔다.

한상록 CS경영본부장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지만 주요 거래는 대면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서비스 표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고객 경험 내용을 관리하는 등 경영 활동 전반에 걸쳐 접점 서비스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KMAC는 ▶사전 단계(시설환경 관리, 고객맞이 인사, 복장 및 용모) ▶서비스 수행 단계(말투·어감·호칭, 업무지식, 경청 태도, 설명 능력, 친절성, 적극성, 고객 배려) ▶사후 단계(배웅 인사) 등 11개 요소를 평가했다. 조사는 지난 4월 26일부터 3개월간 2087차례에 걸쳐 암행 평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상재 기자

◆KSQI 고객접점 부문=KSQI는 한국 산업의 서비스품질 지수(Korean Service Quality Index)의 영문 머리글자.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4월 26일~7월 25일 74개 기업·기관의 대면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고객센터·지점·매장 등을 2087차례 현장 조사해 고객접점 부문을 평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