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왜 '호가'만 춤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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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지난해 말 사업승인이 떨어져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호가가 오른 반포 저밀도 주공 2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 상승은 거래가 극히 적은 가운데 형성된 반짝시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다. 오래 전부터 시장에 돌아다니던 묵은 매물에 지난해 말 '사자'세력이 붙어 일부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조금 올랐다. 관리처분과 동.호수 추첨 등의 재료가 잠시 떴기 때문이다.

이러자 주인들이 서둘러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매물부족 현상이 일었다. 한두 건만 거래되면 가격이 1000만~3000만원이나 뛰는 가격왜곡 현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현상이 한달 이상 지속되다 보니 거래가 뜸하면서도 호가가 1억원씩이나 오르는 아파트도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매물부족 현상은 왜 생겼을까.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다 올 들어 시행된 1가구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60%)조치, 일부 지역 개발재료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아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잠실.반포, 재료에 껑충=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에 불을 댕긴 곳은 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 주공 1, 2단지다. 주공 1단지는 관리처분, 2단지는 동.호수 추첨이 각각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일부 매수세가 유입돼 호가가 올랐다.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특히 주공 1단지의 경우 지난해 말 개발이익환수제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에 호가 오름폭이 컸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지구는 강동구청이 이 지구 용적률을 서울시의 권고안(200% 이하)보다 높은 250%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 이달초 주민 공람공고를 하면서 호가가 뛰었다. 한 중개업자는 "용적률이 높아지면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서울시가 이 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여서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 주공 2, 3단지의 경우 지난해 10~12월 사업승인을 받아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호가가 강세를 보인다고 중개업자들은 풀이했다.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개발이익환수제.후분양제 대상이지만 인근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사업이 빨라 실수요자들이 매수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덩달아 오른 개포주공.가락시영=강남구 개포 주공.송파구 가락 시영.강동구 둔촌 주공은 특별한 재료 없이 잠실의 영향을 받아 호가가 뛰었다.

가락동 D공인 관계자는 "잠실 아파트값 상승 소식에 그동안 쌓여있던 일부 매물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이달 초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매도자들이 매물을 많이 거둬들였다. 매물이 귀해 한두 채 팔리면 금세 1000만~2000만원이 오른다"고 전했다.

더욱이 개포 주공 1단지.가락 시영은 2003년 말 시행된 재건축 전매제한 대상에 해당돼 아파트를 팔 수 있는 조합원이 많지 않았는데 양도세 중과 조치로 세금 부담에 매물을 회수하는 사람까지 생겨나면서 호가가 많이 올랐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둔촌동 종합공인 유성진 사장은 "호가가 바닥권에서 1000만원 이상 올랐지만 매물이 모자란 데 따른 전형적인 호가 장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반짝 장세' 경계 분위기=강남 재건축아파트 값 오름세는 급매물 소진에 따른 일시 상승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값이 오른 아파트는 일부 단지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호가 상승일 뿐이다. 매수자가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상승은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금의 장세는 2003년 10.29 대책 이후 급락에 따른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호가가 오른 뒤 뒤따라 사려는 사람이 없어 작은 악재에도 상승세가 쉽게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도 "당초 예정대로 개발이익 환수제가 도입될 경우 그동안 오른 재건축아파트 호가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린 충동 매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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