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이 경제 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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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세계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의 아침 출근 모습. 캘커타 서부 반쿠라시에서 승객들이 버스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AP]

세계 경제질서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인구 규모'로 재편되고 있다.

부국(富國)보다는 인구 대국이 더 힘을 쓰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다음달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가 신흥 인구대국인 브릭스(BRICs,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4개국과 아프리카 대표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함께 초청키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도와 브라질이 이번에 참가하면 G7 무대에 처음 데뷔하게 된다.

G7은 이미 지난해 10월 워싱턴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중국을 초대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도움으로 1997년부터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참석할 땐 G8으로 불렸다.

남아공은 이번 회의에 아프리카의 대표격으로 참석해 부채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G7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를 지칭한다. 그러나 국제 경제무대에서 캐나다와 이탈리아 등은 이미 중국과 인도의 파워에 한참 밀린 상태다.

물론 브릭스 4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G7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그러나 사람 수를 곱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은 세계 2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구매력을 기준으로 해 파악한 지난해 중국의 GDP(추정)는 6조4500억달러(1인당 GDP는 5000달러)로 일본의 3조5800억달러(1인당 2만8200달러)를 크게 앞섰다. 인도가 3조3300억달러(1인당 2900달러)로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1조6000억달러선이었으며, 캐나다는 1조달러도 안됐다.

브릭스 멤버 중 중국은 13억명, 인도는 10억6500만명, 브라질과 러시아는 각각 1억8410만명, 1억4397만명의 인구를 거느리고 있다. 브릭스 4개국이 세계 전체 인구(63억7300만명)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4개국은 인구뿐만 아니라 국토가 방대하며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 투자를 530억달러나 끌어들이며 세계의 공장 자리를 완전히 굳혔고, 인도는 정보통신기술(IT)과 영어를 앞세워 중국을 쫓고 있다.

브라질은 전년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지난해 5% 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러시아는 고유가에 힘입어 경제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이 G7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지구촌 경제에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며, G7이 이제야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고 전했다.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큰 시장을 가진 나라가 큰소리를 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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