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학교 무상급식 행보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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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의회가 초·중·고생의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의회의 권한인 조례 제정권을 행사해 초·중·고생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근거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김연선(중구 2)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시의원 20명은 24일 임시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현재 저소득층 학생으로 제한돼 있는 무상급식 대상을 전체 초·중·고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무상 급식은 모든 학생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자 평생건강의 기틀을 마련하는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상급식은 학교급식법과 헌법에 규정된 의무교육의 범위에 포함되는 만큼 조례로 근거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는 김 의원 등이 낸 학교급식 개정 조례안을 임시회의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3분의 2가 넘는 79석(전체 114석)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될 것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등은 무상급식 예산을 내년부터 편성해야 한다.

현재 서울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한 부모 가정, 일부 차상위계층 등의 자녀 14만3000여 명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올해의 경우 서울시교육청 예산 725억원이 배정돼 있다. 서울시가 학교 급식과 관련해 지원하는 돈은 없다. 김 의원 등이 낸 조례 개정안대로라면 초등생 57만여 명, 중학생 34만여 명, 고등학생 36만여 명 등 총 128만여 명이 대상이 된다. 무상급식비도 식자재로 일반 농축산물을 사용하면 연간 5697억원, 친환경 농축산물을 쓰면 61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가 끝까지 무상급식을 반대할 경우 오세훈 시장의 중점 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재원 마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의회가 갖고 있는 예산 심의·확정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도 당장 내년부터 초·중·고생 모두에 대한 무상급식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우선 초등생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생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초등생에게만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약 2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초등생 무상급식비 2300억원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구청이 5대3대2의 비율로 부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서울시는 연간 690억원의 무상급식비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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