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응원합니다 J스타일 서포터스 ⑦ 25년 전업주부 탈출 새 도전, 백지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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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남편과 애들이 저를 알아볼까요?” 백씨는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스타일 서포터스’에 나섰다. 스타일 변신인 만큼 제대로놀라게 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왜, 일 잘하는 여자들을 보면 자신감이 보이잖아요. 저는 옷으로라도 일단 그런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요.”

백지혜(50)씨는 9월부터 ‘전업주부’ 꼬리표를 떼고 ‘선생님’이 될 예정이다. 지역아동센터(아름다운가정세우기)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매주 두 번씩 하는 방과후 수업이다. 결혼하고 살림만 한 지 25년 만이다.

백씨는 “모든 게 떨린다”고 했다. 아이들이 무시하진 않을까, 말은 제대로 나올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옷차림이 더 고민이다. 지금껏 전업주부로 살면서 꾸미는 데 영 관심이 없었다. 가족 경조사 때나 옷을 샀다. 늘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화장도 마찬가지. 학부모 모임이나 친척들 모임 때나 어쩌다 했다. 처녀 적엔 괜찮았던 패션 감각을 자연스레 잃어버렸다.

아들·딸은 ‘출근’을 앞둔 엄마에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한다. 절대 설거지하다 나온 차림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 엄마도 뭔가 일하는 여성처럼 ‘포스’를 보이라는 얘기다. “애들이 한술 더 떠 젊어 보이면 더 좋겠다는 얘기도 해요. 제겐 사회에 다시 문을 두드린 것만큼이나 스타일 변신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백씨는 원래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필기에 면접까지 보고 어렵게 공채로 들어갔다. 그런데 2년차 때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졌다. 입덧이 심했던 백씨는 출근이 힘들었다. 휴직은 3년차부터 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 “집에만 있는 게 힘들었어요. 왠지 주부라는 일이 불만스럽더라고요.”

어떻게든 다시 일을 해보겠다고 애썼다. 큰애가 두 살 때 기업 연보를 만드는 임시직을 구했다. 하지만 애 맡길 데가 마땅찮아 오래가지 못했다. 친정인 대구에 한 달을 보냈다가 도로 데려왔다. 국내 항공사가 하나 더 생길 땐 경력자로 ‘콜’을 받고도 포기했다. 마침 둘째가 생겼기 때문이다. 2년 뒤 학습지 교사까지 해보려 했지만 교육 기간 중 둘째가 급성장염에 걸려 중도 하차했다. 그 뒤론 ‘운명이다’ 싶어서 깨끗이 마음을 접었다. 대신 정신 없이 살림과 육아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꿈은 3년 전 되살아났다. 둘째가 대학에 가면서부터였다. 애들 뒤치다꺼리를 안 해도 되니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아졌다. 남들처럼 등산도 가고 수다모임에도 나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였다. ‘엄마 팔자가 제일 편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아이들 얘기도 상처가 됐다. 여자 나이 쉰에 사회적 좌표가 어디쯤 될지 궁금했다. 올해 초, 진짜 내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신문에 여성 재취업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거기서 정부 지원으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알게 됐다. “방과후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나처럼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하는 여자들이 없었으면 해서요. 엄마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었죠.”

‘영어 지도사’ 과정엔 24명이 뽑혔다. 백씨는 그중 둘째로 나이가 많았다. 대부분은 20~30대로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었다. 떨렸지만 더 미룰 수 없는 도전이었다. 젊은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으려 집에 와선 내내 복습과 숙제에 매달렸다. 7월 말 석 달 과정을 마치고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에 지원했다. 낙방. 하지만 당연하다 여겼다. 생각도 달라졌다. “돈보다 경험이 중요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가르칠 기회가 많은 아동지원센터를 알아봤어요.” 그래서 월급을 주겠다는 제의도 거절하고 일단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백씨는 요즘 ‘실전’을 나가기도 전에 다른 꿈도 생겼다. “남편을 조르는 중이에요. 영어 실력 좀 확 늘게 딱 1년만 어학연수 다녀오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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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40·50이 청바지 고를 땐

40~50대가 청바지를 입을 땐 체형별 특징을 따져야 한다. 배가 나왔다면 골반과 허리 중간에 벨트선이 있는 반골반 청바지를 고를 것. 밑위가 너무 짧거나 길면 풍선을 누른 듯 나온 배가 더 불룩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축 처진 엉덩이가 고민이라면 청바지 뒷주머니가 엉덩이 중앙에서 시작해 엉덩이와 허벅지 경계에서 3㎝ 정도 내려온 디자인이 엉덩이 라인을 예쁘게 잡아준다. 엉덩이가 빈약하다면 뒷주머니에 자수가 들어간 청바지가 제격이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스타일 서포터스’는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찾아 꾸며줍니다. 어렵지만 밝게 살아가는 그들이 아름다워지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포터스는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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