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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말벌 독해지고 급증 … 벌초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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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3일 오전 6시36분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야산에서 잡초를 뽑던 조모(49)씨가 얼굴 등을 말벌에 쏘여 숨졌다. 조씨의 누나는 “동생이 벌에 쏘인 뒤 휴대전화로 ‘벌에 쏘였으니 도와달라’는 말을 해 119구조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119구조대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조씨가 숨을 거둔 뒤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가 나무에 붙어 있던 벌집을 건드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30분쯤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서 밭일을 하던 60대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 말벌에 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이모(52)씨가 말벌에 쏘인 뒤 의식을 잃고 숨졌다. 문제의 말벌은 암컷 25㎜, 수컷 20㎜ 크기로 꿀벌보다 크다.

추석 벌초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벌에 쏘여 숨지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벌의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벌에 쏘인 뒤 쇼크로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소방본부는 올 들어 20일까지 733회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했다. 벌에 쏘인 145명을 응급처치했다. 경남소방본부도 2067회 출동, 185명을 응급처치했다. 출동 횟수의 80% 이상은 7~9월에 몰려 있다. 말벌은 기온이 높아지면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독성도 강해진다.

말벌은 야산에는 물론 농가, 도심 주택가 등에서도 발견된다. 팔다리에 쏘이면 5~6일 붓고 통증이 있다. 얼굴·머리 등을 쏘이면 호흡곤란 증세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한 건수는 2006년 1만623건, 2007년 2만1682회, 2008년 3만67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안전수칙을 지켜라”=소방방재청이 제시하는 국민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벌을 자극하는 향수·화장품을 사용하지 말고 매끄러운 천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긴 막대기로 벌집이 어디 있는지 확인한 뒤 후 벌초를 해야 한다. 말벌이 주위에 있을 때에는 낮은 자세로 엎드리거나 숲 속이나 지대가 낮은 곳으로 피신하는 것이 좋다. 손이나 손수건·옷가지 등을 휘두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 한다.

벌에 쏘였을 경우 응급처치도 중요하다. 벌침은 핀셋보다는 전화카드나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빼내는 것이 좋다.

창원응급의료정보센터 강명구(28) 의사는 “벌 독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벌에 쏘인 뒤 인공호흡을 하거나 혈관수축제(에피네프린 성분)를 주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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