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으로 소통하고, 멋진 공연에 하나 되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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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을을 꿈꾸는 ‘마을포럼’

“물을 절약하기 위해 샤워 시간은 10분 정도가 적당해요.” 잘생긴 녹색물건의 저자 김연희(35)씨의 이야기에 마을 주민들은 귀를 기울인다. 김씨가 내놓은 샤워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와 야자수로 만든 접시, 억새로 만든 커피 스틱에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던 주민들은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재즈기타리스트 권태호(66)씨는 “7년째 마을 공원의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다행히 쓰레기 양이 줄고 있다”며 “쓰레기를 주우라고 강요하기보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은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오혜령(30)씨는 “설거지할 때 물을 약하게 틀면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며 “만나는 사람마다이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처음 마을포럼에 참가한 신석현(52)씨는 재생종이로 만든 노트를 들어 보이며 “아이들에게 재생 노트를 주면 ‘못생겨서 싫다’고 한다”며 “디자인으로 보면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이런 제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던 안준호(40)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안씨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카페 ‘커피마을’의 주인이다. 이곳은 여느 커피전문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들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만큼 음식값이 저렴하다. 카페의 테이블·의자도 모두 그가 직접 만들었다. 스스로를 ‘마을지기’라 부르는 안씨는 4개월전 ‘커피마을’의 문을 열었다.

이후 ‘커피마을’은 백석동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지 ‘커피마을’에 들러 시원한 음료와 따끈한 와플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그러는 사이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마을포럼도 이웃간에 나누는 소통의 한 방법이다. 안씨는 “행복한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 방법을 찾기 위해 마을포럼을 열게 됐다”며 “포럼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환경이나 교육 등 우리마을을 위한 어떤 이야기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마을 포럼은 한 달에 한번 열리며, 정확한 시기는 커피마을 홈페이지(coffeevillage.co.kr)에 공지한다.

이웃의 정을 나누는 ‘마을콘서트’

‘마을콘서트’는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다. 지난 5월 열린 첫번째 ‘마을콘서트’에서는 최하임(바이올린)·최하영(첼로)·최송하(바이올린) 음악 영재 자매가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화음을 선물했다. 마을콘서트의 입장료는 만원이다. 입장료에는 커피와 와플값이 포함돼 있다. 안씨는 “처음에는 ‘누가 만원씩이나 주고 동네 골목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보러 오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느 콘서트와는 다른 친근한 분위기 덕에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 친구로 여겼던 자매의 공연에 또래 아이들은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7월에는 ‘부부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노래’를 주제로 두 번째 마을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두 차례의 마을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해 세번째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26일 오후 7시 30분, 첫번째 마을콘서트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준 최하임의 바이올린 연주회가 열린다.

안씨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마을콘서트로 마을 주민들과 만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을콘서트는 ‘커피마을’옆 청소년도서관 ‘숲을 걷다’에서 열리며 수입금은 ‘숲을 걷다’와 자율학교인 ‘1시간 학교’의 운영기금 등으로 쓰인다. 그밖에도 마을사진전· 영화 상영·마을여행 등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줄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문의=031-903-2209

[사진설명]‘커피마을’의 마을포럼에 참가한 주민들이 ‘친환경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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