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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알짜 회사 팔면서 M&A 노하우 익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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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진로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다. 진로뿐 아니라 두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수합병(M&A)이라면 언제든지 팔을 걷어붙일 생각이다."

두산그룹 부회장으로 내정된 박용만(50.사진) ㈜두산 사장은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진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진로는 수익성이 높은 매력적인 회사"라며 "두산이 진로를 인수하면 기존 주류 브랜드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그룹의 산업재와 소비재 사업 비중도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우종기를 사들여 단숨에 재계 9위로 올라선 두산의 변신 뒤에는 박 사장이 있었다. 두산의 오너 3세인 그는 지난 10년 동안 두산의 구조조정과 기업인수.합병(M&A)을 이끌었다. 내수 위주의 소비재 회사로 인식되던 두산의 매출 가운데 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이른다. 중후 장대한 회사로 거듭났다. <인터뷰 전문은 포브스코리아 2월호 참조>

박 사장은 대우종기 입찰에서 입찰 경쟁사인 효성(1조3000억원).팬택(8900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1조8000억원)을 제시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 구조조정 당시 3M.네슬레.코닥 등 '알짜' 합작기업 세 개를 팔면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익힌 M&A 노하우"라며 "시가 두 배의 금액을 썼지만 우리에겐 대우종기가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런 M&A 방식을 미국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의 M&A란 남의 재산을 탈취하는 게 아니라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에선 시장에서 보는 가격에 프리미엄을 좀 더 얹어 사는 게 정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A를 할 때 상대 기업의 자산 규모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박 사장은 "상대 회사의 사업 현황과 미래만 본다"며 "자산은 가치일 수도 있지만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아무리 '금싸라기'가 될 부동산이라도 당장 현금이 필요한 기업이 사면 독약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그의 최근 관심사는 우수 인력 확보다. 그는 "구조조정과 M&A 역시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매년 MBA 졸업생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건너가 개별 인터뷰를 한다.

그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도덕성이다. 두산의 인사고과는 점수로 평가하지만 도덕성은 ○, ×로 구별한다. ×를 받은 직원은 승진 기회를 박탈한다. 그는 "두산이 109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직 안에 정직과 신뢰가 뿌리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산의 뿌리 찾기 일환으로 보부상이었던 창업주의 발자취를 따라 직원들과 함께 전국을 도보 여행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박 사장은 최근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공언(公言)'하는 말이 있다. "두산을 매출 100조원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게 될 그의 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두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 2000억원(추정치)이다.

글 =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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