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한의녕 SAP코리아 사장 살 빼는 직원에게 포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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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무실엔 샌드백이 걸려 있다. 이른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그는 권투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들긴다. "기업가 정신을 가다듬는 데 권투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그는 기업 경영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SAP코리아의 한의녕(47) 사장이다.

"샌드백을 치면서 경쟁 상대와 맞붙어 이기겠다는 강한 승부욕과 근성을 키우는 겁니다. 고통스런 체중조절 과정을 견뎌내는 권투선수들을 떠올리며 자기 절제의 중요성도 되새기지요."

그는 고교 때 권투를 시작했다. 당시(1970년대 중반)는 권투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였다. 학교 특별활동으로 권투를 택했다가 재미를 붙여 도장에도 다녔다. 연습경기는 많이 했지만 공식경기에는 나가지 못했다.

"권투라는 게 얼굴은 작고 팔다리가 길어야 많이 때리고 덜 맞는데 제 신체 조건은 정반대라서…."

그는 대학 시절(연세대 경영학과) 꽃꽂이를 배워 오랫동안 취미로 삼았고, 2000년대 초반 1년 반 정도는 검도에 심취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간이 많지 않아 취미나 운동으로는 권투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마친 뒤 한국IBM에 입사해 1980년대 초반부터 2001년까지 근무했다. 그 뒤 소프트웨어 업체 프라이즈텍 대표를 거쳐 2002년 11월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SAP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한 뒤 사무실에 샌드백을 설치하는 것과 함께 몇가지 이색적인 개혁 조치를 취했다.

'투명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불투명 유리로 돼 있던 임원실 벽을 투명 유리로 바꾸는가 하면, 사장.부사장.본부장.팀장 말고는 모든 직위를 없애면서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직원들이 살을 빼면 시상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분기별로 다이어트 신청을 받아 3개월 동안 몸무게를 가장 많이 줄인 사람에게는 30만원짜리, 2등에게는 15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식이다. 그는 "살이 찐다는 것은 절제를 못한다는 얘기"라며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이어트 시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꿈은 SAP의 외국 지사장으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을 길러내는 것. 이를 위해 직원들을 독일의 SAP 본사나 싱가포르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등지에서 일하도록 계속 내보내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본사에 간 지 2년쯤 지난 지금 현지로부터 '한국 직원들 능력 있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머지않아 SAP의 다른 나라 지사장으로 일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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