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렬씨, 좌파단체 해외본부 통해 방북 사전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23일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한상렬(60)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황병헌 영장전담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를 밝혔다. 한씨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지난 6월 평양에 들어가 70일간 북한에 머무른 혐의(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로 이날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공안 당국에 따르면 한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과 일정을 위한 사전 접촉이 이뤄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공안 당국은 한씨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해외 본부를 통해 팩스와 전화로 방북을 위한 사전 논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한씨가 방북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도 여러 번 북한에 전달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북한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의 주요 인사를 수차례 만난 혐의(회합·통신)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사건은 미국과 이명박 정권의 합동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등 북한 체제를 옹호한 혐의(찬양·고무)도 적용됐다.

검찰은 한씨의 행적에 관한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 내용과 압수수색을 통해 그의 집에서 가져온 책 2권, 방북 사진 10여 장 등을 영장심사 재판부에 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심사에 앞서 “한씨의 진술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심사에서 “종교적 신념으로 10주년을 맞은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북에 다녀왔을 뿐,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 대표로 불법시위를 주도해 구속됐다가 그해 11월 보석으로 풀려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씨가 체포되자 한국 사법 당국을 비난했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