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용한 발전 시스템 도입 … 정자·연못 어울린 ‘한국형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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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율하동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공사 현장. 내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세계의 선수들이 묵을 곳 아닙니까. 꼼꼼하게 시공해 명품 선수촌을 만들겠습니다.”

선수촌 아파트 현장사무소 이태윤(45) 부소장의 말이다. 2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율하택지 2지구. 높이 13∼15층의 아파트에 공사용 승강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건물마다 유리창이 끼워져 있다. 아파트 벽에는 베이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공사가 한창이지만 미관을 위해 임시로 한 조치다. 공사 현장 벽에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달리자 함께 내일로’라는 글이 적힌 패널이 붙어 있다. 현재 공정률은 56%다. 이 부소장은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선수촌으로 사용될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고 있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123∼201㎡ 짜리 아파트 528가구(1970실)다.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과 5㎞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아파트는 2007년 3월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각국 언론과 세계 육상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시는 2011년 대회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선수촌 아파트의 미니어처(축소 모형)를 회의장 앞에 전시했다. 멋진 선수촌을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선수촌과 미디어촌 건물에 불이 들어오도록 만들어졌다. 이를 처음 본 외국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선수촌인 만큼 독특한 시설이 많다. 먼저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을 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아파트의 외벽이나 옥상에 발전용량 158㎾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단지의 조명을 밝히는 데 쓰인다. 아파트 신축 때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열재를 보강하고 창문도 3중창으로 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에너지를 30% 아낄 수 있다.

단지 중앙은 작은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한국형 정원으로 꾸민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태양열 사우나도 설치해 선수들이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선수촌 아파트에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가 방마다 설치된다. 단지 내의 기술정보센터(TIC)에서는 각종 경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피트니스클럽·노래방·우체국·은행 등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들어선다.

선수촌 바로 앞에는 체육시설이 설치된다. 400m에 8레인의 트랙 경기시설과 투척·경보 연습장 등이 만들어진다. 선수들이 숙소 가까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곳은 대회가 끝난 뒤 주민을 위한 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된다.

선수촌 아파트는 내년 8월 20일부터 9월 7일까지 문을 연다. 각국에서 온 선수와 임원 3500여 명이 사용한다.

고민거리도 있다. 한 방에 여러 명이 묵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외국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방안 침대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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