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시의 새 장 열고 29일 막 내리는 ‘퓰리처 사진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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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폭염도, 폭우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바깥에 길게 늘어서는 줄을 막을 수 없었다. 단 두 달 만에 18만 명을 불러 모은 ‘순간의 역사, 역사의 순간-퓰리처상 사진전’은 올 상반기 한국 문화계가 친 홈런 문화상품이었다. 1942년부터 2010년까지 국제사회의 굵직굵직한 이슈가 사진에 담겨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시장은 그대로 인류 현대사의 살아있는 교육현장이자 휴머니즘의 생생한 체험장이었다.

제임스 힐 기자의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평화’. ‘비둘기들은 전쟁이 있을 때 떠나고, 평화로울 땐 되돌아 온다’는 믿음으로 모이를 주는 할아버지 모습. [뉴욕 타임스 제공]

백 마디 말보다 힘이 센 사진 한 장 앞에서 관람객들은 때로 눈물 흘리고, 때로 말을 잊었다. 한 시민은 ‘머리로 보는 사진이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사진’이라는 관람평을 남겼다.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수상작에 쏟아진 시민들의 찬사는 전시장 밖에 세운 감상평 코너에 흘러 넘쳤다.

“퓰리처상의 주인공을 꿈꾸는 여고생입니다. 막연하게 ‘사람을 향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퓰리처 사진전은 확실한 제 미래를 보여줬습니다.”(김홍실)

“육아에 지쳐가던 어느 날, 33개월 딸의 손을 잡고 와서 보고 갑니다. 아이와 나만이 있던 그간의 세상이 아득해짐을 느꼈습니다. 이 세상은 우리만의 세상이 아니었던 걸 잊고 있었습니다.”(송종현)

“따뜻한 시선과 냉철한 뷰 파인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한 아름다운 사진! 진정한 세상의 평화가 오길 기원하며.”(정명지)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탤런트 조민기(44)씨는 퓰리처 사진전을 한마디로 ‘거대한 현대사 도록’이라고 풀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평양에서 찍은 ‘대동강 철교’로 51년 퓰리처상을 받은 맥스 데스포(97) 옹은 개막식에 참석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시마 루빈은 “세계 각국을 돌며 순회전을 열었지만 여기 한국에서만큼 열정적이고 호응 큰 사람들을 만난 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보도사진 전시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자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계에서도 반가운 기색이다. 동아시아 오지의 기록사진가로 활동해온 이상엽씨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이 있기에 누구나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퓰리처 사진전은 최근 볼 수 있었던 가장 뜨끈뜨끈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평했다.

29일까지 계속되는 서울 전시에 이어 지역민을 위한 순회전이 이어진다. 10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대구국립박물관, 12월 9일부터 2011년 2월 22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 퓰리처 열기는 연말까지 달아오를 전망이다. 02-2000-6293.

정재숙 선임기자

퓰리처상 사진전 지역전시 일정

▶대구 전시= 10월 1일(금)~12월 5일(일) 대구국립박물관
▶목포 전시= 12월 9일(목)~2011년 2월 22일(화) 목포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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