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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타의 꿈에 기본권마저 빼앗긴 청소년 연예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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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판 아메리칸 아이돌’이라 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엔 올해 전국에서 134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傍證)이다. 그중 상당수는 어린 청소년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10대가 어찌나 많은지 유명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연예인 고시’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기획사들이 이들 스타 지망생에 대해 전권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공하려면 견뎌라”라는 한마디에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떤 요구든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란 게 청소년 연예인 및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부의 실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다리·가슴 등 민감한 신체 부위를 노출한 소녀 연예인 중 60%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된 걸그룹들의 선정적(煽情的) 의상이나 춤사위 논란이 보여주듯 어린 청소년들을 억지로 눈요깃거리로 내모는 행태가 만연한 것이다. 이 같은 성적 착취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도 많다고 한다.

근로권과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밤샘까지 불사하는 과도한 스케줄에 치여 공부할 시간을 못내 학교 중퇴자가 속출하는 형편이다. 영화 ‘해리 포터’의 10대 배우들이 하루 9시간30분 이내로 촬영하면서 그중 3시간은 개인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은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부터 학생 운동 선수들에 대한 학습권 보장 조치가 추진되고 있으나 청소년 연예인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보아나 비 같은 한류 스타들의 성공이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재능을 갈고 닦은 데서 비롯된 점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엔 문제가 많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청소년인 그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보호해줄 장치를 마련할 때 우리 대중문화 산업도 진일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