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월 "北과 대화 채널 열려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북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과의 간접대화 등 외교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그는 이날 NBC 등 미국 방송들에 잇따라 출연해 "우리는 접촉 채널들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도 접촉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이후 최초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에 대해 30일 "부시 행정부는 군사적 대응을 배제한 외교적 압박을 구사하기로 했으며, 특히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선제공격론'에서 다소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북한과의 비공식 대화 창구를 열어두었다"고까지 풀이했다. 두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시점에 파월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을 들어 부시와 참모진들이 심사숙고한 '결론'이 파월의 입을 통해 나왔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를 북·미 양자간 대화 재개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29일 "파월은 한국과 유엔 등 북한에 대한 외교적 채널이 열려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행동을 바꾸기 전에는 직접적인 협상이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확고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국의 FOX 뉴스도 "미국은 곧 있을 켈리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정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과 대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풀어야 할 쌍무적 현안으로 여기는 반면 미국은 한반도 주변국·유엔 등 다자간 채널을 통해 다룰 문제로 보고 있다. 북한 외무성도 29일 담화에서 "미국은 핵문제가 북·미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국제적 성격의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파월의 발언은 미국이 대북 봉쇄정책에 착수하는 한편으로 대화의 여지도 남겨두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30일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독일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胡총서기는 이날 베이징을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노동당과 오랜 이념적 동맹관계를 가진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joon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