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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사무실서 소포 폭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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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투자·배급 회사인 CJ엔터테인먼트사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사제 폭발물이 터져 이 회사 대표이사 이강복(50·사진)씨가 다쳤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20여일 전 이 회사의 자회사인 영화관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던 사람과 동일인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등지에서 우편 폭발물에 의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발 상황=27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CJ빌딩 11층의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소포가 폭발해 대표이사 李씨가 손과 이마·입술 등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李씨는 "배달된 소포의 포장지를 뜯고 우편물인 책에 손을 대는 순간 폭발하면서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우편물을 李씨에게 전해준 여직원 金모씨는 "우편물에 서울 구로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고 밝혔다.

폭발한 우편물은 『실록 박정희와 한일회담』이란 제목의 단행본이었다. 책은 가로 11㎝·세로 12㎝·깊이 2㎝로 속이 파여 있었고, 이 안에서 전선·건전지·화약가루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타다 남은 책과 잔해물을 수거해 일차 감식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의 위력이 약해 李씨가 경미한 부상만 당했다"며 "일차 감식 결과 뇌관이나 폭약은 없었으며, 발화스위치와 폭죽가루로 만든 발화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 5일 서울 구로구 애경백화점 8층 CGV영화관 엘리베이터 앞에서 뇌관과 타이머가 설치된 사제 폭발물이 든 상자가 발견됐다. 상자가 발견되기 직전 CGV 본사에 20∼30대 남자가 "구로·강변·명동·목동 CGV 영화관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니 2천만원을 준비하라"고 전화로 협박했었다.

◇협박=폭발한 책 표지 안쪽에는 컴퓨터로 작성·출력된 협박 편지가 붙어있었다. 이 편지에는 '왜 나를 실망시키나. 간단히 마무리할 수도 있는데. (중략) 이제부터 계좌를 틀 때까지 계속 터질 거야. 그리고 나를 놀린 죄로 5백(만원) 더 입금하라'고 적혀 있었다. 또 편지의 맨 위쪽에는 '유령'이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그동안 중구 일대 공중전화를 통해 CGV 측에 5∼6차례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 전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전화가 걸려온 시각에 문제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오토바이 택배 직원 차림에 키 1m70㎝의 20∼30대 남자를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CJ엔터테인먼트=시네마서비스와 함께 국내 양대 영화 투자·배급회사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영화사인 '드림웍스'의 국내 배급 판권도 갖고 있다. 올해에는 '집으로' '피아노 치는 대통령' 'YMCA 야구단'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에 투자했다.

강주안·윤창희·윤혜신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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