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시인 오장환 미발표작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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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북시인 오장환(吳章煥·1918∼51)의 미발표 장시 '황무지'가 발견됐다. 범우사(대표 윤형두)가 발행하는 독서교양지 '책과 인생' 신년 1월호에 실릴 예정인 오장환의 '황무지' 육필 원고는 윤형두 대표가 10여년 전 고서적상에게서 구입했다가 친필 여부 등을 확인한 끝에 이번에 공개했다.

"모든 생물은 황무지에서 출발하엿고/황무지에로 환원하엿다"로 시작되는 '황무지'는 모두 6장 5백50행으로 구성된 장시다. 1930년대 식민지적 상황과 폐허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정확한 창작연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중앙대)교수는 "원고지에 또박또박 쓴 '황무지'는 몇 년 전 발굴된 오장환의 또 다른 장시 '전쟁'과 글씨체가 같은 것으로 오장환이 등단 전후의 습작기에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작품 가운데 '전쟁'은 몇몇 행을 삭제당하면서도 검열을 통과했으나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고, '황무지'는 제목부터 불순해 보여서인지 아예 검열조차 받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장환은 '시인부락''자오선'등의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30년대 시단의 대표적 모더니스트로 꼽힌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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