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대표 당분간 '정치 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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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얼굴)대표가 27일 당무 일선에서 잠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철(鄭光哲)공보특보는 "鄭대표가 대선 이후 휴식이 필요해 대표직을 유지하되 잠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鄭특보는 "당무는 대표권한대행에게 맡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인원(李寅源)당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鄭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 한때 鄭대표의 대표직 사퇴설이 불거졌으나 지구당위원장들이 "鄭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이 와해된다"고 반발해 대표직은 유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鄭대표가 이같은 결심을 한 것은 대선 전날인 지난 18일 밤 급작스럽게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했던 자신의 '정치적 과오' 때문으로 보인다. 盧당선자측이 새 정부 인선에 통합21을 배려해 줄 기미가 조금도 없는 데다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손잡는 것도 불가능해 현재 鄭대표가 설 땅이 없어진 상태다.

당 관계자는 "공조철회에 대한 시중의 여론이 워낙 안좋아 鄭대표가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빠져 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인자중하면서 정치권 기류의 흐름에 맞춰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21은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가 될 전망이다. 鄭대표 1인정당이나 다름없는 데다 이미 상당수 당직자들이 공조철회에 반발해 탈당하거나 당무에서 손을 뗀 상태여서 사실상 와해나 다름없는 지경이다. 윤원중(尹源重)전 의원은 이날 鄭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鄭대표의 정치 휴업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사퇴 등 정계은퇴까지 고려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측근에 따르면 鄭대표는 25일 북한산 산행에서 지지철회 선언에 대해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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