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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걸그룹, 일본 ‘신한류’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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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면 1=11일 한국 걸그룹 ‘카라’가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涉谷)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지만 좁은 무대 앞에 30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일대 교통이 마비돼 경찰까지 출동했다. 주최 측은 안전을 이유로 30분 예정이던 콘서트를 3분 만에 중단했다. 14일 열린 팬 사인회에는 1만 명이 성황을 이뤘다.

#장면 2=25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 공연을 통해 일본에 데뷔하는 ‘소녀시대’는 공연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려 잡았다. 일본 팬들의 관람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일본 데뷔 공연에는 2만 명의 일본 팬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며 일본 음악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4월 일본에 진출한 ‘카라’와 ‘포미닛’에 이어 한국 최고의 인기그룹 ‘소녀시대’와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가 25일 일본에 상륙한다”며 “이들 걸그룹이 신(新)한류(韓流)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4월 일본에 진출한 그룹 ‘카라’. 최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미스터’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라가 최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미스터’는 일본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에서 5위에 올랐다. 해외 여성 그룹이 데뷔 싱글로 오리콘 주간 차트 톱5 안에 든 것은 처음이다. 카라의 ‘엉덩이춤’은 일본 유튜브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인기 연예인들이 카라의 팬임을 자처하면서 방송 섭외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일본 데뷔에 앞서 11일 출시된 소녀시대 DVD는 오리콘 종합 DVD 차트에서 4위에 올랐다. 한국 걸그룹들이 유니버설·소니뮤직 등 굴지의 음반사들과 계약을 맺은 것도 이들의 인기를 반영한다.

25일 일본에 공식 데뷔하는 ‘소녀시대’의 일본 데뷔 싱글 앨범 재킷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카라 등과 일본 활동 계약을 맺은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한국 걸그룹들이 동방신기 등 남성 그룹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걸그룹은 데뷔 전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외국어·춤·가창력 등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며 “이것이 한국 걸그룹의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 6월 전 매장에서 한국 음악 캠페인을 개최한 타워레코드 관계자는 “한국 걸그룹은 모델 같은 신장과 스타일을 갖춘 데다 퍼포먼스도 뛰어나다”며 “이는 귀여운 이미지의 일본 아이돌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언론은 소녀시대를 ‘아름다운 각선미의 9인조 그룹’으로, ‘포미닛’과 ‘브라운아이드걸스’를 ‘힙합 요소를 갖춘 파워풀한 여성 그룹’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문은 지금까지 한류가 드라마 ‘겨울연가’ 또는 남성 그룹 동방신기에 매료된 일본 여성들에 의해 유지돼 왔지만, 걸그룹의 약진으로 일본 내 한류팬이 10~20대 남성 팬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걸그룹이 한국 가요에 관심 없던 일본 남성들을 매료하며 일본 아이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는 최근 한국 걸그룹의 인기와 관련, “1980년대 영국 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한국 팝음악(K-POP)이 일본 시장을 석권하는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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