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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재정격차 해소 도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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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나라당이 마음먹고 내놓았던 고향세(故鄕稅).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환영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하순, 한나라당은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를 위해 주민세의 최대 30%까지 본인의 고향 등 5년 이상 거주한 곳에 분할해 낼 수 있는 ‘고향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고향세를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08년 ‘고향납세제’가 도입됐다. 출신지나 원하는 곳에 5000엔 이상을 기부하면 소득세나 주민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조세연구원이 검토에 나섰다. 결론은 지방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으나 실질적인 지방 재원을 늘리는 효과는 적다는 것이었다. 입장이 곤란한 기획재정부를 대신해 내놓은 답 같다.

이에 따르면 고향세 도입으로 세금의 분할과 지방자치 원칙이 충돌할 수 있다. 즉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과세권을 인정하면 고향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체납할 경우 징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앙 정부가 지자체 고유권한인 주민세 과세권에 대해 입법을 통해 다른 지방에 재원을 배분하는 것도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또 고향세처럼 납세자의 의사에 따라 조세를 납부하는 곳을 임의로 선택하게 하는 구조는 강제성을 본질로 하는 조세와 모순된다. 주민세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지자체에 납세할 경우 고향세를 선택한 사람과 주소지의 지자체에 전액 납세한 사람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특정 지역의 조례가 다른 지역의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 원칙과 상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런 결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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