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 연말 사랑의 온도 어느 때보다 높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사랑의 체감 온도가 점차 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가 넘는 성금이 모아졌어요. 세상이 각박해졌다 하지만 나누고 베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연말 모금운동을 한창 벌이고 있는 한승헌(韓勝憲·68) 사랑의 열매-사회복지 공동모금회장. 감사원장을 지냈고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로 있는 그는 지난 5월 공동 모금회장이 됐다. 원래는 비상근 명예직 회장이지만 연말에 행사도 많고 보살필 일도 많아 그는 거의 상근을 하고 있다. 韓회장은 "내가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음 지었다.

모금회의 올해 목표액은 9백72억원. 지금까지 1백92억원이 모였다. 지난해 이맘 때의 모금액은 98억원이었다. 연말에 온정의 손길이 많은지라 모금회는 지금부터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진다.

"삼성이 지난 17일 1백억원을 기탁했습니다. 99년 이후 네번째죠. 기업의 기부문화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모금도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韓회장이 모금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많이 나눠줄 힘이 없는데 귀한 성금을 받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니 기쁘지요. 누군가가 해야할 직분인데 제가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韓회장은 새로운 기부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주로 기업의 1회성 고액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며 "기부자의 저변이 대폭 넓어져 많은 사람들이 동참, 소액을 내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전 가정의 70% 이상이 연중 정기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데 비해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그렇기는 해도 기부금 총액이 한국만큼 신장세를 보이는 나라는 없다는 평가도 있어요."

다중(多衆)·소액 기부문화가 우리나라에선 정착되질 않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솔직히 10만원을 기부하고 싶어도 번거롭고 민망해 어디에다 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적은 성금도 당당히 내는 풍토를 만들어야죠. 그런 마음들을 편하게 이끌어내야 하는 게 우리 단체의 사명 아니겠습니까."

韓회장은 모금회의 활동을 '사랑의 택배업'으로 표현했다. 21세기 첨단 직종이 득세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업종이 택배업이며 그 가운데 사랑의 택배업은 더욱 번성하고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韓회장은 "성금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귀하게 모은 성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nov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